두산중공업이 필리핀에서 9500억원 규모의 대형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드힐리 석탄발전소에 이어 하반기 두산중공업이 연이은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필리핀 민간발전사업자인 레돈도 페닌슐라 에너지와 8억5000만달러(약 9500억원) 규모의 `수빅 레돈도`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7일 1조원 규모의 사우디 파드힐리 프로젝트 수주에 이어 1주일 만에 거둔 추가 성과다. 수빅 레돈도 발전소는 총 두 기로 구성되며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30㎞ 떨어진 지역에 들어서는 설계·제작·시운전(EPC) 일괄 공사다. 1호기는 연내 착공, 2호기는 내년부터 건설에 돌입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필리핀 처음으로 300㎿급 친환경 순환유동층(CFB) 보일러 기술을 적용한 것”이라며 “향후 필리핀에서 이 기술을 활용한 대규모 사업을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프랑스 알스톰 등 소수 기업만 기술을 보유한 CFB보일러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쓰이는 보일러와 달리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같은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해외 대형 CFB 보일러를 수주한 건 두산중공업이 국내 업계 처음이다.
이번 사업은 두산중공업이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얻은 결실이기도 하다. 회사는 지난 2011년 독일 렌체스(현 두산렌체스)를 인수해 CFB 보일러 원천기술을 인수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1조원이 넘는 CFB 보일러 사업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수빅 발전소를 발판삼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가파르게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는 필리핀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필리핀 에너지부가 발표한 `2030년 전망`을 보면 필리핀 전력 소비량은 연평균 5%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2030년까지 약 15GW에 달하는 발전소가 발주되고 이중 30~40%는 CFB 기술이 적용된다는 게 필리핀 정부의 견해다.
김헌탁 두산중공업 EPC BG장(부사장)은 “필리핀 최초의 300㎿ CFB보일러 도입되는 만큼 현지 정부의 정밀한 심사를 거쳤다”면서 “이번 수주를 계기로 필리핀 시장 공략 확대를 위한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