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산업 중계 역할을 담당하던 밴(VAN) 시장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급변했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대행 수익이 급감하고 무서명 거래 확산, 간편결제 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과 밴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KICC), 스마트로, 코밴 등 국내 대표 밴사들이 신규 사업 찾기에 들어갔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최근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을 분할, 자회사 `나이스페이먼츠`를 설립했다. 온라인쇼핑 등 PG사업이 활황세로 돌아서자 독자 PG 사업으로 매출을 다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나이스페이먼츠를 통해 기업간거래(B2B)는 물론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영역까지 지급결제 사업을 확대한다. 다양한 지급결제 사업자와의 제휴도 강화한다. 나이스 정보통신은 인도네시아 PG사업자 아이온페이에 지분을 투자, 지난 4월 아이온페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나이스 페이` 브랜드를 선보였다.
나이스정보통신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물론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진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정보통신(KICC)은 알리페이와 손잡고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외연을 넓힌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장부 정리와 세무 신고를 대행하는 `인터넷장부 서비스`를 출시했다. 가맹점 대상으로 매출 내용 누락이나 거래 내역 관리 등을 대행하는 사업으로, 소상공인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과 신사업 개척을 올해 최우선 경영 과제로 삼았다. KT그룹, 비씨카드와 함께 인도네시아 카드 프로세싱 시장 동반 진출을 추진하는 가운데 매입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및 운영 업무 분야 사업자로 참여했다. 해외 밴 시장 간접 진출을 위해 현지 시장에 맞는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
신사업 개발에도 나선다. 최근 전자고지 결제(EBPP)사업자 등록을 완료하고 통신료, 아파트 관리비 수납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버스킹(거리공연)하는 예술인에게 카드로 `관람료`를 결제하는 `스트리트 박스` 키오스크를 상용화했다.
코밴은 지난해 태국에 토종 카드결제 정산시스템 적용을 위해 현지 국영카드사와 계약, 현지에 타이밴을 설립했다. 코밴 관계자는 “해외에 국내 밴 서비스 수출에 시간이 걸리지만 현금영수증 발행 등 틈새시장이 많아 올해부터 사업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밴 시스템이 해외 시장에서 기회 요인이 많지만 각종 규제와 해외 글로벌 카드사 폐쇄성을 뚫어야 한다는 난제가 있다.
한 밴사 관계자는 “밴사 업무가 금융감독원 편입 이후 신사업 진출 규제가 늘고 있다”면서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 있지만 여러 금융 규제에 걸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