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에 덮친 삼성·현대차發 `경제 경고음`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경제에 `경고음`이 울렸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동시에 최대 악재를 맞으며 한국 경제 전반에 파장을 몰고 왔다. 특히 장기 부진을 겪고 있는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Photo Image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2%대로 전망된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추가 하락 위기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개별 기업 이슈가 아닌 구조 문제로 진단했다.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 열악한 대외 여건, 안이한 인식 등이 복합된 문제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재정·통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기업은 경쟁력 제고, 위기관리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현대에 겹친 악재…미약한 경제 불씨에 `찬물`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은 삼성전자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갤럭시노트는 갤럭시S 시리즈와 함께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제품이다. 역대 시리즈가 모두 1000만대 이상 판매됐다.

갤럭시노트7 단종은 삼성전자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관련 국내 부품 기업 등 수많은 협력사의 매출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나아가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올해 생산 차질 규모도 3조원을 넘었다. 현대차는 노조 파업, 특근 거부 등으로 자동차 약 14만2000대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매출 손실은 3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12년 만의 전면 파업을 포함, 총 24차례 파업을 벌였다. 10일까지 총 12차례 예정된 주말, 휴무일 특근은 하지 않았다.

정부는 갤럭시노트7 단종과 현대차 파업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삼성 휴대폰 완제품 외에도 부품·협력업체 등을 포괄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면서 “갤럭시노트7 리콜 발표가 처음 있은 9월에도 휴대폰 생산은 정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지만 판매 중단이 결정된 10월 이후에는 휴대폰 수요 감소 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대차 파업을 “해도 너무한 이기주의”라면서 “우리 경제는 내수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미약한 개선세를 보이던 광공업 생산과 수출이 파업 등 영향으로 다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 분석대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악재는 수출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올해 7월까지 무려 19개월 연속 감소(전년동기 대비)했다. 8월 반짝 반등해 2.6% 증가를 기록했지만 9월 다시 5.9% 감소를 기록했으며, 10월에는 수출 하락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수출 부진은 우리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유독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8.1%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수출입 총액을 국민이 국내외 생산 활동으로 벌어들인 명목총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경제의 무역의존도를 보여 준다.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30%대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얼마나 수출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나마 88.1%는 2007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지난해 수출이 부진했다는 의미다.

Photo Image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전문가들 “단기 이슈 아닌 구조 문제…정부도 적극 나서야”

전문가들 역시 삼성전자와 현대차 이슈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휴대폰과 자동차가 우리나라 수출에서 워낙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파업 장기화, 물류 차질과 함께 무선통신기기의 부진은 4분기 수출과 국내 경기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 수출 부진이 국내 4분기 수출 전체에 미칠 영향을 추정해 보면 최소한 4분기 수출 증가율을 약 3.4%포인트(P) 낮출 수 있다”면서 “최근 광공업 생산을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이 주도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은 4분기 ICT 업황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안은 개별 기업 이슈로 보기보다 구조 문제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각 기업이 경영 능력을 높이고 위험 관리 역량을 높이는 한편 정부는 재정·통화 정책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악재와 관련해 “우리나라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과거 해태부터 최근 대우조선해양, 한진그룹까지 왔고, 삼성전자·현대차로 번지고 있다”면서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를 잘 해결했으면 반전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며 단기 이슈가 아닌 `흐름`으로 설명했다.

성 교수는 “비단 삼성전자, 현대차 문제뿐만 아니라 실업지표, 생산동향 지표 등 전반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개별 기업 문제라기보다 흐름에 따른 거시 이슈인 만큼 정부의 완화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삼성전자에 이번 문제가 생긴 것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효율성을 신속하게 높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현대차 파업은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인데도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원부 동국대 경영정보대학원(MBA) 교수는 “이번 사태 본질은 국내 대기업 등 산업계가 예측 가능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면서 “기업 리스크 관리 능력을 대폭 업그레이드하고, 경영위험전문관리임원(CRO) 양성으로 전방위형 위기관리 능력을 고도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