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10년 첫 출시 이후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갤럭시`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갤럭시노트7`을 버리는 결정을 했다.
7년 이상 축적한 `갤럭시` 브랜드를 위해 갤럭시노트7을 희생한 것이다. 갤럭시노트7을 단종하더라도 소비자 안전을 위해 통큰 결단을 신속하게 내려 신뢰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유례없는 단종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고객안전`을 내세웠다. 이 회사는 조회공시에서 “고객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갤럭시노트7 생산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
한 통신사 임원은 “발화는 큰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면서 “휘발유 등 인화물질 부근에서 발화가 일어나 불이 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진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로 화상을 입었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통신 업계에선 외부 압력에 따른 생산 중단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난 달 2일 발화 문제를 공식 인정하고 전량 리콜한 뒤에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자 우리나라 국가기술표준원,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만약 아무런 조치 없이 판매를 계속 하다 이들 기관으로부터 강제 리콜을 당하면 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하다.
발화 원인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최초 갤럭시노트7 배터리가 문제라고 공식 발표했고, 이후 배터리 공급망을 바꿨다. 하지만 새로운 배터리에서도 발화가 일어나자 다른 곳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삼성전자 제품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지적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규제기관 강제로 생산을 중단하면 발화 원인을 밝혀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자발적 생산 중단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초 나올 갤럭시S8(가칭)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규제 당국에 밀려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소비자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잡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발화 문제를 끌고 갈 경우 갤럭시S8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당장 4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갤럭시노트7이 아예 판매량에서 제외됐고, 발화 사건 영향으로 다른 제품 판매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반면 경쟁사 판매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부품 협력사도 타격이 예상된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 판매 및 생산 중단으로 부품 협력사 4분기 매출이 5~1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초고사양 스마트폰 60% 팔리는 북미 시장에서 아이폰7, V20 등 경쟁 모델 점유율 반등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통사와 갈등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내에서 50만대 이상 판매된 인기 모델인 만큼 지금까지 교환, 환불 과정에서 이통사 부담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다른 제품 판매에 지장을 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떤 식으로든 삼성전자가 이통사에 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통업계에서 나온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제조 체계를 전면 개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하드웨어 만큼은 세계 최강을 자부했던 삼성전자가 배터리 발화 사건을 계기로 부품 수급, 제품 설계 체계를 재정비할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삼성전자가 위기를 딛고 더욱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제품개발, 품질관리, 부품 공급망을 점검하고 내부 생산관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중장기 이익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