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조기에 내린 것은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최고위층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단종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손실은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소비자 안전을 지키고, 신뢰 회복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단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기존 스마트폰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해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8이 나올 때까지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1일 저녁 공시를 통해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에 따라 생산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대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7은 리콜 이후 순항하다 잇따른 발화 사건이 발생하면서 10일 갤럭시노트7 생산 일시 중단이 알려졌다. 이후 11일 오전 갤럭시노트7 판매와 교환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채 하루가 안 돼 단종 사실을 알렸다.
업계는 발화 사건이 집중된 미국에서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선제적으로 단종을 결정한 데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다.
단종이라는 큰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나온 것은 이번 사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이 부회장을 포함 최고위층까지 관여한 논의가 진행됐다는 의미다. 갤럭시노트7 리콜과 발화는 단순히 스마트폰 한 모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전체, 나아가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번 단종 결정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올라설 예정이다. 책임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미에서다. 이를 앞두고 벌어진 큰 사건을 조기에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손실에 집착하기보다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2차 리콜을 통해 갤럭시노트7을 다시 내놓더라도 얻을 것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갤럭시노트7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낮아진데다 1차 리콜 실패로 신뢰도 잃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과감한 단종 선택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미국 CPSC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먼저 단종을 선언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조기 단종으로 삼성전자가 수익 측면에서는 손실을 입겠지만 문제를 끌지 않는다는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면서 “보상과 교환 등을 통해 삼성전자는 끝까지 책임진다는 인식도 남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조기 단종을 결정한 삼성전자는 후속 대응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갤럭시노트7 문제해결에 주력하느라 단종 이후에 대한 대응전략은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갤럭시노트7 단종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으로는 올해 초 출시했던 갤럭시S7 생산을 늘려 프리미엄 시장에 대응하고, 보급형 모델 라인업을 확충해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투 트랙 전략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7은 출시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세계적으로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 역시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높은 제품들이어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진정한 시험대는 내년 초 등장할 갤럭시S8이다. 갤럭시S8은 갤럭시노트7 문제를 만회할 수 있는 카드다. 때문에 어느 때보다 성능과 품질, 완성도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품질이 중요한 만큼 일각에서 제기하는 갤럭시S8 조기 등판은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교환, 환불 등을 통해 (소비자 안전에 문제없이) 갤럭시노트7 문제를 마무리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며 “대응전략을 정한 것은 아니고 이제부터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