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에티오피아 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났을 때 조심스럽게 물어 봤어요. 1년에 30억달러 원조를 받는데 지금 우주 개발을 할 때냐고. 그랬더니 그 장관이 정색을 하고선 `6·25전쟁 때 우리도 참전한 것 아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때는 자기네가 더 잘 살았답니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역전됐는데 그게 한국의 도전정신 때문이라는 겁니다. 지금 에티오피아에 필요한 건 도전정신인데 그 정신을 심어 주기 가장 좋은 게 우주와 인공위성이라고 합니다.”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통신 대표)은 우주 개발이 정체된 우리 산업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우주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 기술 집약, 고부가가치 산업을 특성으로 한다. 소품종 대량 생산 위주로 발전해 온 우리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다.
산업과 사회 전반에 던지는 상징성 화두도 있다. 저성장기에 무뎌진 도전정신을 되살릴 수 있는 불씨다. 달 탐사 및 발사체 개발 같은 굵직한 도전 과제는 수많은 요소 기술을 수반한다. 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도전하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회 전반에 확산된다.
류 회장은 “과학기술이 조금씩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계단형으로 발전해 왔다”면서 “과학기술과 산업이 한 계단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뚜렷한 이벤트나 목적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우주산업 성공 방법론으로 `벤처정신 부활`을 제시했다. 우주산업 경쟁력은 기존의 사례를 답습하지 않는 창의성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각 분야의 1~3위 정도만 살아남는 생태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특정 영역에서 독보하는 지위를 차지하는 게 중요하다. 물량과 효율로 승부하는 대기업식 모델보다 아이디어와 끈기로 승부하는 중소기업식 모델이 알맞다.
류 회장은 “우주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 산업이기 때문에 추격형 모델로는 안 된다.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기술집약형 사업 모델을 가져야 한다”면서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할 수 있는 벤처정신과 벤처기업에 희망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 자신도 벤처정신으로 성공했다. 그는 아리랑 1호 개발을 책임진 우리나라 우주 개발 1세대다. 2000년 6월 잘 나가던 연구원을 그만두고 자본금 30억원으로 창업했다. 약 500억원 가까운 연구개발(R&D)비를 쓰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위성 휴대폰을 개발했다. AP위성통신은 지금 이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린다.
그는 “소규모로 R&D를 수행한다는 벤처에 대한 편견도 바뀌어야 하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도록 위험을 낮춰야 한다”면서 “대기업은 과감한 벤처 분사 정책을 펴고, 고생스럽지만 성공하면 큰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류 회장은 “실패한 사람이 재도전에서 성공할 확률은 매우 높다. 재도전을 허용하지 않으면 우수한 인재가 사장되는 꼴”이라면서 “벤처정신을 부활시켜서 우주산업을 성공시키고, 이 성공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