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에서 열리는 코리아 VR 페스티벌에서 `모탈블리츠워킹어트랙션`을 체험했다. 요즘 관심을 모으는 가상현실(VR) 게임이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만 쓰고 즐겼던 기존 VR 콘텐츠와 달리 장갑과 백팩을 메고 공간을 돌아다니며 즐기는 게임이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기어 VR용으로 출시했던 1인칭슈팅게임(FPS) `모탈블리츠` 콘텐츠를 실제 총(모형)을 쥐고 공간을 돌아다니도록 재해석했다. 미국에서 최근 각광 받은 VR 시스템 `보이드(VOID)`와 유사하다.
PC가 담긴 조끼를 입고 HMD와 헤드셋을 쓰면 99.17㎡(30평) 정도 공간이 공상과학(SF) 속 연구실로 바뀐다. 동면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외계 생명체 습격에 맞서며 연구실을 탈출해야 한다.
게임이 시작되면 게임 내 위치한 콘솔과 총을 찾으라는 미션이 주어진다. HMD에 재생되는 영상을 따라가면 실물 모형을 진짜로 집을 수 있다.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손 형상은 실제 손 움직임을 그대로 모사한다. 천정 모서리에 설치한 동작인식 카메라가 사용자 HMD와 장갑 그리고 총의 움직임을 와이파이 신호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읽어 게임 진행에 반영한다. 한때 유행했던 서바이벌 게임 소재가 확장된 셈이다.
제작진은 모탈블리츠워킹어트랙션 이용자가 약 15분 동안 공간을 돌아다니도록 디자인했다. 외계 생명체가 뿜는 불길을 피해 이리저리 움직여야 한다. 모형 총 방아쇠를 당기면 진동이 느껴진다. 기어VR 버전에 비해 타격감이 강하다.
외계 생명체를 처치하며 때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때로는 아찔하게 높은 공간을 좁은 길을 따라 통과해야 한다. 불길 같은 공간에 가까이 다가가면 데미지를 입는다. 높은 곳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면 아찔한 기분이 들 정도로 공간감이 느껴진다.
몸을 움직이며 게임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몰입감이 높다. 속도감 역시 훨씬 빨라졌다. 기존 기어VR용 모탈블리츠는 애교로 느껴질 정도다.
기어VR 모탈블리츠에서 느꼈던 어지러움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VR 부작용인 어지러움 증은 실제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뇌가 몸이 움직인다고 판단하는 괴리 때문에 발생한다.
걸어 다니는 대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어색함은 줄었고 콘텐츠에 쉽게 집중할 수 있다. 게임은 초당 90장 장면(90fps)을 보여준다. 현재 최고 수준 상용 VR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오큘러스나 소니 PS VR와 같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모션캡쳐에 사용하는 옵티트랙카메라(미국) 등을 제외하고 자체 기술로 모탈블리츠워킹어트랙션을 만들었다.
비슷한 결과물을 제공하는 미국의 보이드는 통상 264.461㎡(80평) 공간에 설치한다. 콘텐츠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세트를 설치하는데 10억원 이상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보이드는 VR방 등 대중적인 공간에서 경험하기 어렵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모탈블리츠워킹어트랙션을 제작하며 보이드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움직이며 즐기는 VR 게임을 만드는 노하우를 확보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VR 경험을 극대화하는 디자인 실력은 회사 간에도 슬슬 격차가 난다. 스코넥은 국내 회사 중 가장 선두권이다.
스코넥은 연내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상용 VR 오프라인 공간을 여는 것이 목표다. 최정환 부사장은 “상용화 시점에 모탈블리츠 콘텐츠에 연기, 불, 물 등 4D 효과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VR게임이 가진 큰 장점과 가능성은 `제한된 시공간을 확장`하는 것이다. VR엔터테인먼트는 HMD를 쓰고 수동적인 관람을 하던 시기에서 직접 움직이고 만지는 형태로 빠르게 발전 중이다.
VR는 시공간 제약을 뛰어넘는 도전에서 시작해 이제 가상공간 이질감을 없애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모션 트랙킹, 고퀄리티 VR 그래픽 기술이 선봉에 섰다.
수익성은 이 단계에서 VR 기업이 가진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적절한 비용에 VR 시스템 설치가 가능하다면 소비자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이런 시도는 VR 엔터테인먼트가 대중적으로 퍼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줄평: VR는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이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