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수출 한국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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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보호무역주의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후보들이 모두 보호무역 강화를 공약으로 들고 나와 우려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수출에 주력하는 한국 산업계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미국만 해도 철강과 전기전자 등 16개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 규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경쟁하듯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나서는 데 대응해 기업이 통상 전문가 확보에 힘써야 하고, 정부와 긴밀한 공조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보호무역주의란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와 고용 증진 등을 위해 외국과의 무역에 각종 규제를 가하는 것을 뜻한다. 수입 상품에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수입품을 규제하는 세이프가드 발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술표준을 까다롭게 하거나 통관 조건을 강화하는 등의 비관세 장벽도 있다. 중국이 각종 인증과 보조금 정책 등을 통해 수입 제품을 규제하는 것이 대표 비관세 장벽이다.

최근 미국, 중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이유는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 산업을 키우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실제로 미국 경제 1인당 평균성장률은 1%대로 떨어졌다. 1870년대와 대공황이 있던 1930년대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최근 10년 동안 반덤핑 조사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2006~2010년 5년 동안의 반덤핑 조사 건수는 연평균 224건이었다. 하지만 2011~2015년의 최근 5년 동안은 연평균 275건으로 22.7%나 증가했다.

비관세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2003~2007년 5년 동안 위생·검역 조치가 연 평균 740건이던 것이 2011~2015년에는 1467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들이 통보한 무역기술장벽(TBT) 통보문도 1995년 365건에서 2014년 2239건으로 치솟았다. 지난해에도 1989건이나 됐다.

각종 비관세 장벽이 등장하면서 무역 분쟁도 늘어 가는 추세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다. 미국 역시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산업계와 노동계 등의 불만이 높아 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선을 앞둔 후보들이 모두 정치성 안건 선택으로 보호무역 카드를 꺼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기존의 자유무역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골치 아프다”고 표현하며 재협상하겠다는 말도 했다. 세계 최대 경제통합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겠다고 밝히고, 북미자유무역협정 나프타(NAFTA) 폐기도 들먹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역시 보호무역 기조를 내세웠다.

미국 내 여론 역시 보호무역에 동의하는 추세다. 미국에서 최근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3명 가운데 2명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 규제에 찬성한다는 결과도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 2010년 이후 반덤핑 조사 건수가 증가하는 것이 이런 분위기를 보여 준다. 세계 반덤핑 조사 건수에서 미국 비중은 2010년 1.7%에서 2015년 18.3%로 급증했다. 미국은 자국 내 기업 자료만으로도 반덤핑 제소를 할 수 있도록 `무역특혜현장법`까지 개정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양국 간 갈등이 경제 분야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에 한국이 끼어들 가능성이 짙다는 점이다. 지난 7월 미국은 한국 업체가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에 대해 49~111%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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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수출 한국…대비책 수립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 각국이 보호무역을 펼쳤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결과만 초래했다는 사례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설치 세계 흐름으로 인한 잠재된 타격이 3년 후 수입 물가를 10%가량 상승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역시 2%포인트(P) 가까이 하락하고, 투자와 무역 거래 규모 역시 5년 동안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보호무역 강화 분위기는 수출 한국에 큰 위협 요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무역장벽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 상대국의 비관세장벽은 2013년 101건, 2014년 113건, 2015년 141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반덤핑 관세 조사를 받는 품목도 증가 추세다.

이제부터라도 기업들이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삼성이 지난 5일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대외부총장)를 초청해 `세계 무역질서 변화와 신보호무역주의`에 관한 강연을 들은 것이 기업들의 분위기를 단편으로 보여 준다.

무역 분쟁에 대비하려면 기업들이 주요 수출국의 무역규제 정책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전에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반덤핑 판정 시 대응을 위한 통상 분쟁 대응 조직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보호무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제품 개발도 요구된다. 보호무역 카드를 꺼낼 수 없는 대체 불가 제품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기창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무역 분쟁을 겪는 기업은 초기 단계에서 적극 대응이 이뤄져야 효과가 있다”면서 “그러려면 해당국 사정이나 무역 분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 제한 조치 발동 상위 10개국>

무역 제한 조치 발동 상위 10개국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