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요구가 최고조에 달했다. 5일 한국전력과 전력그룹사 국정감사는 여야 상관없이 누진제의 징벌적 배율을 질타하는 자리가 됐다. 일부 산업계에 대한 편익 제공, 사내복지, 일감 몰아주기 등 도덕성 문제도 함께 거론되면서 누진제에서 촉발된 파장이 공기업 운영 방식까지 퍼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5일 나주혁신도시 한전 본사에서 한국전력 국정감사를 열고 현행 최고 11.7배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누진제 개편안을 발표했고, 당정TF 차원에서 관련 논의가 있는 가운데, 누진제 변경에 대한 한전의 의지를 재차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윤환홍 의원(새누리당)은 누진제 개편에 한전이 의지를 보여주길 요구했다. 윤 의원은 누진제 관련 가구부담 등 정확한 통계도 없고 주무부처인 산업부와도 자료 공조도 안 되고 있는 점을 꼬집으며 전력 소비패턴이 급변한 만큼 구체안을 제시해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의원(새누리당)은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 시행을 주장했다. 누진제의 개편과 연료비 연동으로 전력소매요금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발전연료가격 하락분이 소매가격에 연동되지 않아 차익에 대한 이익이 전력 공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김 의원은 “저유가 혜택을 한전이 독식하지 않고 국민이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요금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수민 의원(국민의당)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주택용과 산업용 요금 사이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조사 결과는 전문가 62.3%가 산업용 전기요금은 인상을, 72.6%가 주택용 전기요금은 인하를 응답했다. 김 의원은 “누진제를 완화하고 이에 대한 손실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보전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라며 산업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산업계에서의 전기 편법 사용 문제도 다수 거론됐다.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일부 대기업이 산업시설이 아닌 곳에까지 산업용 전기를 사용한 행태에 문제를 제기했다. 생산시설이 아닌데도 산업용 전기를 신청하거나, 초기 생산시설로 산업용 전기를 신청했지만, 도시 확장 등의 이유로 제조공장이 지방 또는 해외로 이전해 자격을 상실했음에도 계약을 변경하지 않은 사례를 지적했다.
김경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동통신 3사가 통신중계기에 주택용 요금을 적용받는 것을 문제 삼았다. 대기업 이동통신 3사의 중계기 17만기 이상이 주택용 비주거용으로 계약되어 있다. 김 의원은 이통3사 간 비주거용 주택용 요금 적용으로 3년간 1200억원 편익을 취한 것으로 봤다. 김 의원은 “국민들이 누진제 요금을 납부하고 있었던 반면에 이동통신 3사는 누진요금 2단계 이하의 낮은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방만 경영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유가하락과 누진제 등으로 실적 고공행진을 하면서 과도한 사내복지를 유지하고, 자회사 등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게 주 이유다.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고공실적대비 미미한 한전의 연구개발 투자를 지적했다. 지난해 한전과 한전KPS 연구개발투자 예산은 매출액 대비 각각 0.34%, 2.00% 수준에 불과했다. 한전의 경우 2015년 연구개발비 예산 3131억원 중 2006억원만 집행해 집행률도 64%에 그쳤다.
한편, 한전은 이번 국감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폐지보다는 개선안을 내놓을 것을 시사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만 현행 누진제의 과도한 차이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