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여명 몰려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기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2일 아침 7시. 평소 주말이라면 달콤한 꿈나라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이 날만은 온 가족이 분주했다. ‘터닝메카드 2016 테이머 챔피언십’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 평소라면 절대 눈을 뜨지 않고 늦장을 부렸을 아이들이 “‘터닝메카드’하러 가야지” 한 마디에 벌떡 일어나 짐을 챙기고 스스로 씻는 기적을 보여줬다.
대회장 입장은 10시부터지만 집에서 대회가 열리는 삼성 코엑스몰까지 평소 꽉 막히는 올림픽대로를 거치기 때문에 1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출발했다. 하지만 불과 30여분 만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 것 아닌가하는 걱정도 잠시했지만 기우였다. 이미 행사장 입구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변 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사전접수를 하지 못한 부모들이 현장접수를 위해 7시 이전부터 대기를 했다는 것. 더욱이 현장접수도 5분 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입구 앞에서는 아이들이 터닝메카드 정리함에서 터닝메카드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신중하게 터닝메카드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3대뿐이어서 별도의 수납함을 구하지 않고 가방에 챙겨온 온 우리 아이들의 터닝메카드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다행히 참가 선물로 정리함인 ‘멀티캐리어10’을 증정해 터닝메카드를 넣을 수 있었다는 점은 위안이 됐다.
입장과 함께 입구에서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했다. 손오공에 따르면 총 2900여 명의 가족이 모였다고 한다. 하지만 온라인 사전접수와 현장접수를 못한 가족도 공연과 체험코너를 이용할 수 있어 실제 방문객 수는 2만 명을 훨씬 웃돌았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모차나 카트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그들 역시 유모차와 카트를 포기해야만 했을 것이다. 너무 사람들이 많아 유모차 한대 지나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들을 잃어버릴까 미아방지스티커를 아이들의 옷 앞뒤로 붙이고 행사 전 까지 남은 시간에 각종 부대시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터닝메카드 완구를 활용한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는 체험존, 미션존, 배틀존 등이 마련돼 있었다.
행사 시작과 함께 메인부대에서는 터닝메카드 뮤지컬팀의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가운데 비치된 의자에 앉아야 하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좌석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결국 의자 주변에 몰려 있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아이들을 껴 앉은 체 구경해야 했지만 아이들이 터닝메카드 주제곡을 따라 부르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피곤은 어느새 씻긴 듯 사라졌다.
뮤지컬 공연 이후 50명씩 예선 경기가 펼쳐졌다. 미취학 어린이들은 레드홀 리그에서, 초등학생은 블루랜드 리그에서 경기를 펼쳤다. 400번 대인 첫 째가 예선전을 치르기 전까지 약 2시간 동안 체험 부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스 이용도 녹녹치 않았다. 체험부스가 한 곳에 몰려 있는데다 화장실도 근처에 있어 각 부스별 줄이 꼬이면서 일대가 혼잡스러웠다. 테크니컬존을 이용하려던 고객들이 바로 옆에 있는 이벤트존 줄에 서 있는 경우도 발생했다.
어떻게 줄을 잘못 설 수 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오가는데다 3~4줄 씩 꼬여 있어 높은 곳에서 보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줄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그나마 행사 진행요원들이 줄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혼선은 줄었다.
체험부스의 게임은 간단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만 3세가 안된 둘째가 배틀존에서 터닝메카드를 자동차로 조립하는 게임에 도전했다. 집에서는 언제나 부모에게 조립해달라던 아이인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아이가 다 조립할 때까지 상대편 진행요원들이 터닝메카드를 들고 고민하는 연기를 했다. 물론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부모 역시 마음이 훈훈해 졌다.
부모 입장에서 가장 좋았던 체험부스는 ‘체험존’이었다. 종이접기와 그림 그리기 등이 진행된 이 곳은 유일하게 앉아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싸온 점심을 먹으며 체험부스를 돌고 나니 마지막 축하 공연으로 ‘캐통령’으로 불리는 ‘캐리와 친구들’이 등장했다.
손오공 관계자는 “그동안 본선 경기까지 끝나면 돌아가는 가족이 많았는데 이번엔 캐리와 친구들의 공연 때문인지 남아 있는 가족이 많다”고 말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오늘 하루 즐거웠는지 물었더니 답변은 ‘아빠 최고’였다. 비록 몸은 힘든 하루였지만 아이들과의 추억이 또 하나 쌓였고 그동안 소홀했던 아이들 아빠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다만 중요했던 배틀 대회에서는 속되 말로 ‘광탈’했다. 아이와 부모가 돌아가면서 3번 슈팅을 한 이후 점수로 승패를 판가름 짓지만 우리팀은 예선 1차전에서 ‘팝업’ 한 번 못해보고 졌다.
첫 경기에서 아이가 실수로 팝업을 못했다. 두 번째 부모 대결에서 평소 연습해둔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당당히 나섰지만, 아뿔사 팝업 실패. 아이가 속상해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아이는 도리어 아무렇지 않다는 듯 평온했다. 그 얼굴을 보니 더욱 미안해질 뿐이었다.
사회자가 연신 “아이가 져도 잘했다고 격려해줘라. 부모가 속상해하고 아쉬워하면 아이는 더 속상하다”고 말했다. 또 아이에게도 “아빠‧엄마기 못했다고 화내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 말을 위안 삼으며 다음 대회에서는 1승을 거두자고 아이들과 의기투합했다.
이상원기자 slle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