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 `산업 리스` 이중 계약 횡행...`중복 리스`차단 시스템 만든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 A사는 최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 생산량 증가 명목으로 생산장비를 임대하기로 했다. 생산기기 제조사 B사와 리스계약을 체결하고, 중계는 C캐피털사를 통해 물건 공급과 임대료 지급 등이 이뤄졌다. 그런데 알고보니 A사 사장과 B사가 서로 입을 맞춰 동일 장비를 C캐피털 외에 다른 금융사와도 리스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B사는 하나의 기기로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고 A사 대표는 수수료 명목으로 제품가액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편취했다.

이처럼 리스 이용자가 공급자와 공모해 허위 장비 매매 및 설비리스 계약을 체결하고 타금융사로부터 운전자금을 융통하는 `중복리스`가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산업계에 수십억원대 중복리스 범죄가 발생했지만, 금융사 정보 조회 등이 폐쇄적으로 운영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다. 리스사업을 벌이고 있는 금융사는 `리스물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수십억원대 사기에 휘말리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기계 종류나 제조사, 모델명 등 기계설비 물건정보가 조회되지 않아 수십억원 자금을 떼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태가 악화되자 캐피털, 리스금융사, 여신금융협회, 금융당국이 국내 최초로 `중복리스 근절시스템`을 다음 달 상용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과 여신협회 주도로 중복리스 물건을 사전에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기계 고유번호(시리얼 번호)를 입력하면, 물건 종류와 제조사, 모델명, 고유번호, 금융기관, 계약일, 계약종결 여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일반 산업기계는 물론 동력 이용 기계, 공작기계 등 국내 산업계에 활용되는 모든 기기를 조회할 수 있다.

중복리스 방지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리스사업에 참여 중인 금융사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시중 17개 리스금융사업자가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후 국내 모든 리스사업자를 시스템 참여사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은 “동일한 기계설비로 중복리스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리스 물건 정보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음 달 중복리스 조회시스템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과 협회는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대포차 유통 방지를 위한 법률 개정도 추진,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오는 연말부터 대포차유통방지 근거를 마련한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장기 미 반납된 리스·렌트 차량에 대한 등록말소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리스 차량을 담보로 불법 대출 등을 받는 폐해를 막기 위한 법률 개정도 추가로 추진키로 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현행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에 따르면 특정동산(자동차)의 경우 질권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명기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대포차 유통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미약했다”며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표]설비 중복리스 거래구조(자료-여신금융협회)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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