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 국감이 책임 추궁 일변도는 벗어났다. 19대 국회 마지막 2년 간의 국정감사에서 정점에 달했던 개발·투자 주체와 사업 지시 여부, 귀책사유 등에 대한 설전과 공방은 이번 20대 국감 들어 현저하게 줄었다. 의원들은 지난 일에 대한 책임보다는 현재 부채문제와 부실자산 청산 등 앞으로 자원개발 공기업 정상화 방안에 대해 집중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는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에 대한 정상화와 안정적인 자원 확보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감 시작에 앞서 자원공기업 경영진은 해외사업 손실로 인한 경영악화를 정상화하는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구조조정과 같은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산업위 위원들은 자원개발 공기업의 경영정상화 가능성과 대안을 집중 질의했다. 천문학적인 부채와 적자경영 지속, 이 가운데 부실자산조차 제대로 청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회복 여부에 대해 우려가 표출됐다. 석유공사는 영국 다나, 캐나다 하베스트 등 5개 사업에서 2조6000억원, 광물공사는 1조63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대 국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19대 때는 해외자원개발 부실문제가 터지면서 부실투자 자산에 대한 폭로와, 투자배경과 외압여부, 당시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한 심판론이 국감의 주를 이루었고 관련 논의를 특검으로까지 이어갔지만 올해는 이런 질의를 보기 힘들었다.
어기구 의원, 유동수 의원, 이훈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다나·하베스트 등 석유공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사업이 향후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지금의 손실에 더 나아가 유지를 위한 추가투자가 계속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청산과 유지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유동수 의원은 석유공사에 대해 다나·하베스트 모두 운영을 하던 청산을 하던 추가비용이 발생되는 상황이라며 계속기업이라고 보기 힘든 정도의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이훈 의원은 자산의 70%를 청산할 계획이지만 이들은 제값 받고 팔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해당 문제를 공기업에게만 맡기지 말고 각 자산에 대한 실태조사를 위한 특위를 구성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기구 의원은 최근 중국이 공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북한 자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요청했다.
김정훈 의원(새누리당)은 사실상 중단된 해외자원개발의 재개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근 2~3년간 자원공기업의 신규투자가 전무한 부분을 지적하며 국제유가와 광물가격이 저렴한 지금 신규 해외자원개발을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처럼 에너지가 없는 나라에서 자원은 생존의 문제”라며 “국제적으로 신고립주의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저렴한 지금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스 부분에서는 판매량 감소와 수급오차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잇따랐다.
김수민 의원(국민의당)은 원전·석탄 등 기저발전 증가에 따른 LNG 사용량 감소를 지적하면서 민관공 합동의 통합 가스수급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용량 감소로 계약물량을 도입하지 않아도 비용을 지불하는 TOP(take or pay) 조항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우려했다. 홍의락 의원(무소속)도 가스 도입과 수요의 오차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수급오차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가스시설 지진대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우원식 의원은 가스공사가 관리하는 지진계측기 다수가 노후화되어 있어 계측 값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은 이에 대해 지진계측기 노후를 인정하고 별도 예산을 편성해 지진계측기 개선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산업위 의원들은 자원개발 공기업들이 자구 노력을 통해 지금의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찬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발전공기업들이 정권의 눈치만 봤다”며 “10년·20년이 걸려도 지금의 문제를 확실하게 대응해 제대로 된 공기업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