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이것 보세요. 산타가 다녀갔어요. 이번은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예요.” 여동생 사라가 소리쳤다. “이것 봐요. 여기에 상자가 하나 더 있어요.” 사라는 초록색 리본이 달린 조그만 상자를 손에 들어 보이며 말했다. 리본을 풀고 뚜껑을 열자 동그란 벨이 반짝였다. 사라가 벨을 낚아채고 벨을 흔드니 짤랑짤랑 소리가 났다. “정말 아름다운 벨이구나. 어디서 얻었니?” “산타요.” “정말?” “그런데 좀 아쉽구나. 이렇게 예쁜데 소리가 나지 않다니.” 엄마와 아빠는 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 “얘들아 이제 학교 가야지. 이러다 늦겠어.”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도 하나 둘 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 언젠가 크리스마스부터는 사라조차 듣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난 여전히 벨 소리를 들을 수 있다. 30여년 전 그날, 상자에 조그만 카드가 함께 놓여 있었다. `내 썰매 바닥에서 찾았구나. 네 호주머니 구멍은 빨리 수선하는 게 좋겠어. 미스터 C로부터.`
데이비드 켈리 아이디오 회장과 파트너 톰 켈리에게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의 마지막 장면은 생소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 버립니다. 창의성도 그 가운데 하나죠.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많은 사람이 `창조적이 아닌` 그룹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창의성이 기업의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안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창의적 상상력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당신은 창의적인가`란 질문에 흔쾌히 그렇다고 답할 기업은 많지 않다.
창의성이란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얻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창조적 방법을 찾고, 성공을 반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창조적 조직이 될 수 있을까.
두 저자는 `창조적 신뢰를 회복하라(Reclaim Your Creative Confidence)`는 기고에서 네 가지 두려움을 극복하라고 한다. 창의성을 막는 첫 번째 두려움은 미지의 불확실한 상황이다. 창의적 사고의 시작은 고객의 생각을 공감하는 것이다. 이것은 불확실하고 비이성적이기도 하다.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는 두려움도 크다. 새로 시도하지 않으면 “그건 현실적이지 않아요”나 “내가 예전에 생각해 봤는데 말이죠”라는 얘기에 마음 상할 일도 없다. 손쉬운 선택은 창조적 본능을 따르지 않아야 한다.
첫 실행의 두려움도 있다. 아이디어는 창조적임에 분명했다. 실행은 다른 문제다. 여기에 실천의 두려움이 있다. 통제를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뭔가 새로운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은 기존 방식으로 쌓은 통제력을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네 가지 사례가 있다. 첫째는 친숙한 공간에서 벗어 나기다. 한 컴퓨터공학도, 두 명의 엔지니어, 한 경영대학원(MBA) 학생이 선택한 프로젝트는 아프리카에서 사용할 신생아용 인큐베이터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무엇이 필요한 지 알 수 없었다. 네팔의 농촌을 찾는다. 병원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결론은 신생아용 침낭이었다. 보온용 젤을 넣었고, 6시간까지 온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비용은 인큐베이터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둘째는 단순함으로 시작하기다. 타성 극복은 아이디어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어느 순간 시작해야 하고, 그 순간만큼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두 저자는 완벽한 것보다 일단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설명하기보다 보여 주라고 조언한다. 셋째는 아이디어 모으기다. 보니 시미는 제트블루항공의 운항 책임자다. 2007년 빙설이 존에프케네디 국제공항을 마비시킨다. 뭔가를 해야 했다. 누구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미는 현장 직원 120명을 소집한다. 분홍색 포스트잇에 문제점을 쓰고, 노란색에는 복구 방법을 써서 연결했다. 저녁 무렵에 직원들은 해결책을 손에 들고 현장에 복귀했다. 넷째는 말하기 방식이다. “이미 해보았는데”나 “안될 겁니다”는 금지어다. 그 대신 “어쩌면 가능할지도”가 들어선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조언하려면 “그거 좋은데요”에서 시작해서 “이러면 어떨까요”로 이어간다.
두 저자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헝가리 수필가 죄르지 콘라드의 말을 자주 인용합니다. 용기라는 작은 시도가 누적된 것이라고요.”
그리고 스탠퍼드대 디자인스쿨에 다니던 두 학생의 얘기를 들려 준다. 주어진 과제는 10주 후에 창업하는 것. 두 학생 모두 우등생이었고, 천재로 정평났다. 그들이 만든 아이패드용 프로그램에 쏟아진 첫 반응은 “이건 쓰레기예요”였다.
하지만 몇 달 뒤 이 `펄스뉴스(Pulse News)`란 애플리케이션(앱)은 스티브 잡스의 찬사를 받는다. 1500만번 다운로드에 애플 명예의전당에 오른 첫 50개 앱의 하나가 된다.
이들은 몇 달 동안을 팰로앨토의 카페에서 보낸다. 지극히 부끄럼 많던 이 두 학생이 가장 많이 해야 한 말은 “이것 한번 써 봐 주시겠어요”였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