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자율주행·배기가스 제로`
3대 키워드를 실현하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졌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10월 16일까지 파리 엑스포 포르테 드 베르사이유에서 열리고 있는 `파리모터쇼 2016(Mondial de l`automobile)`에서 완성차 회사들은 일제히 3대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전략을 선포하고 이를 실현한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특히 유럽 회사들은 당분간 주류 자리를 지킬 디젤 자동차를 전시장 구석으로 밀어내고 콘셉트카와 친환경차를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통상 내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엿보는 장으로 여겨지는 모터쇼에서, 그것도 디젤 왕국으로 불리는 유럽 최대 모터쇼에서 디젤 자동차들이 친환경 자동차에 밀려나는 모습이 연출돼 화제가 됐다. 그만큼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바뀔 것으로 예고됐다.
◇커넥티드·자율주행·배기가스제로 실현을 위한 전략 발표 이어져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략은 CASE로 요약된다. CASE는 C(Connectivity:연결성), A(Autonomous:자율주행), S(Shared:공유), E(Electric:전기차)의 머리말을 딴 단어다. 벤츠는 커넥티비티를 위해 앱 서비스 외에 `주차 기반 커뮤니티`를 기획 중이다. 거리를 달리는 벤츠의 차량들이 주변 주차 공간을 감지하고 이 정보를 운전자들이 공유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을 위해 퓨전 센서를 적용할 예정이며,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겟어라운드`와 함께 개인 차량 렌트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디터 제체 벤츠 CEO는 “자동차에 온라인 플랫폼을 연결하는 박스를 설치하게 될 것”이라면서 “에어비앤비처럼 비어있는 날짜를 공개하면 수천만명의 사용자들이 렌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벤츠는 새로운 전기차 프로젝트로 콘셉트카 `EQ`도 선보였다. 전기차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300kW 배터리와 인텔리전스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현해 1회 충전에 500㎞까지 달릴 수 있는 차량이다. 지문인식으로 차량을 여닫는 등 각종 스마트한 기능도 구현됐다.
폭스바겐은 미래 자율주행 전기차 아이디(I.D.)를 공개한 데 이어 전 조직 차원의 혁신 전략 `투게더-전략 2025`를 발표했다. 아이디에는 1회 충전에 600㎞를 달릴 수 있도록 혁신적인 배터리가 적용되고 자율주행도 구현한다. 지속가능성, 자율주행, 사용편의, 커넥티드가 I.D. 콘셉트이며 2020년부터 전기차 모델이 출시되고 2025년에는 자율주행 기능이 구현된 차량도 출시될 예정이다. 폭스바겐 그룹의 새로운 전략 발표는 향후 20년간 일어나게 될 패러다임 근본 변화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I.D.와 같은 자동차 개발 외에 모빌리티 서비스와 디지털화 개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온디맨드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해 독립 브랜드를 11월에 내놓을 예정이다.
르노는 새로운 6년 디자인 주기를 시작하는 콘셉트카 `트레조(Trezor)`를 통해 3대 키워드를 디자인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보여줬다. 트레조는 전기차이면서도 스포티한 성능을 구현한다. 포뮬라E를 통해 성능을 보여준 파워유닛과 회생제동시스템을 적용하고 차체 경량화를 통해 무게를 1600㎏까지 줄였다. 자율주행 시대 운전자를 위해 좌우로 확장되는 스티어링 휠과 L타입 대시 보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도 했다.
1회 충전에 400㎞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조에`를 출시하고 운전자가 전기차 충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선보였다.
BMW 역시 3대 키워드를 주장하면서 이를 `도심 이동성(Urban Mobility)`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i3의 1회 충전 주행 거리를 늘리고 신형 전기 모터사이클 `BMW 뉴 C 에볼루션`을 공개했다.
토요타는 아키오 토요타 CEO가 연사로 나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커넥티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자회사 TRI를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우디는 e-콜(자동 긴급 통보) 시대를 맞아 차량용 클라우드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대 정구민 교수는 “보통 파리모터쇼에서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이 메인이 되고,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규모를 줄여 숨고르기를 하는데 내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해 독일 회사까지 대대적으로 참가한 것 같다”면서 “그만큼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전기 레이싱 시대도 본격화
자동차 속도의 극한을 보여주는 레이싱 대회가 전기차 레이싱 대회(포뮬라E)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레이싱 대회는 자동차 회사들이 브랜드를 걸고 자사의 모든 역량을 결합해 출전하는 대회다.
재규어는 브랜드 최초 전기 레이싱카 I-타입을 파리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재규어팀은 10월 포뮬러 E 챔피언십 3시즌에 출전하며 12년 만에 레이싱에 복귀할 예정이다. 시트로엥도 파리모터쇼에서 전기 레이싱카 DSV-02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