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영향으로 기계학습(머신러닝), 딥러닝,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전문 용어를 자주 접한다. 이것들이 새로운 정보기술(IT)이자 인공지능(AI) 분야의 전산고리 방식이며,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는 아니지만 건축·건설 산업에서 IT이자 새로운 전산처리 방식으로 비슷한 위치에 놓을 수 있는 것이 BIM이다. BIM은 기존 캐드파일과 관련 건물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합친 개념인 건물정보모델부터 프로세스 관점이 부가된 건물정보모델링, 건물정보경영까지 아우르는 정보 종합 기술이다.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BIM 연구개발(R&D) 과제가 있었다. 국토교통부 주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시행으로 경희대 등 12개 연구기관과 10개 참여 기업이 수행한 `건축물 설계품질 혁신을 위한 개방형 BIM 기술 환경 구축`이다.
지난 3년의 다양한 실질 성과물들을 지난 2016 국토교통기술대전, 빌드스마트 포럼을 통해 일반에 공개했다. 과제 수행 1단계 결과물로 10여종의 소프트웨어(SW), DB, 라이브러리 등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ISO의 국제표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개방형BIM에 대한 국제회의 빌딩스마트 서밋, 빌드스마트 콘퍼런스가 이달 제주와 서울에서 각각 개최됐다.
해당 연구 과제 성과물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소 규모 건축사무소에서 건축물 설계의 복잡한 과정뿐만 아니라 관련 일반 업무 협업을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KBimCollaboration`을 개발했다. 설계도서 최적화 기준, BIM 가이드라인, BIM 라이브러리 등을 개발해 일부 배포하고 있다. 설계안 인허가 과정을 건축물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도록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배포했다.
세움터 인허가 요건 검토를 위한 정보 입력·재사용 프로그램과 개방형 BIM모델에 대한 요건을 검증하는 솔루션도 있다.
에너지절약계획 설계검토서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친환경 에너지 성능평가 프로그램 `KBimEnergy`도 빼놓을 수 없다. 해당 도면에 대한 표준화 및 간소화를 실현한 IFC 기반의 표준설계도서 추출 프로그램인 `KBimD-Generator`, 개산 견적을 BIM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도출하는 `KBimCost`도 함께 개발됐다.
과제 논의에는 해외 정부도 참여했다. ISO 국제표준 국제회의 빌딩스마트 서밋과 콘퍼런스 등을 통해 해외 각국의 정부기관이나 기업들과 협업 중이다.
건물을 넘어 도로 등과 같은 토목 분야에까지 적용되는 다양한 개방형 국제표준 논의도 병행된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위원회에서 표준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서 참여한다.
딥러닝과 같은 기술이 알파고에 적용돼 세상을 놀라게 한 데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의 지속된 R&D가 뒷받침됐다. 이로써 새로운 바둑 `한 수`를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둘 수 있게 만들었다.
BIM 관련 R&D를 장려하고 의미 있는 성과물을 만든 것은 고무되는 일이다. 우리의 기술로 개발된 체계나 SW가 몇몇 해외 기관들을 통한 도입이 검토되는 상황도 희망을 품게 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국제표준을 적극 도입한 개방형 접근을 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 경쟁체제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회를 만들도록 제도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이진국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designit@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