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3대 축 `기준정보`가 뜬다…국내 중소기업 도전장

지금까지 기업경영은 제품 품질과 조직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맞춰져왔다.

하지만 최근 `기준정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기준정보는 고객, 제품, 자재, 공급처 정보와 같은 회사 내 전체 부서에 공통으로 필요한 기본정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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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정보관리 시스템 흐름도.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기준정보 통합관리 시스템 `MDM`(Master Data Management)을 채택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도 국내 최초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전자와 IT 계열사를 중심으로 MDM 설치를 마무리 했다. 삼성은 올해 안에 금융 계열사에도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들도 한두 곳 빼고 모두 MDM을 갖춘 상태다.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MDM 설치에 나서는 까닭은 기준정보 관리가 경영성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로 검증됐기 때문이다.

미국 데이터웨어하우스연구소(TDWI)에 따르면 데이터 품질문제로 미국 기업은 연간 660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미국 내 주요기업 140곳을 조사한 결과, 한 업체당 손실 규모가 1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매출 5000억원이 넘는 기업을 기준으로 적게는 수 억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원 규모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술한 기준정보 관리는 실적 악화의 직격탄이다.

예를 들어 제품을 구성하는 자재 한 개에만 200여개의 정보가 들어간다. 가격, 원산지, 무게, 저장조건, 특성 등 하나하나가 전부 기준정보로 분류된다.

기업별 자재 개수는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20만개가 넘는 수준이다.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은 자재 수가 25만개에 달한다. 결국 기업의 자재 정보는 자재 전체 숫자(20만개)에 개당 기준정보(200개)를 곱한 2000만개 규모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중 0.1%의 오차만 생겨도 정보 20만개에 오류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미세한 차이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져 실적 손실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기준정보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까지 기준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은 대부분 외국 업체들이다. 오라클과 SAP, IBM 등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 대부분을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중소기업 한 곳이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저렴한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아이큐엠씨(대표 송대관)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큐엠씨는 외산 제품과 달리 완제품으로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시간에 시스템을 구축,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격은 외산의 3분의 1 수준이다. 영업조직을 최소화해 비용을 낮췄다. 외국 기업의 경우 해외 본사와 아시아, 국내 지역 모두에 영업망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제품 원가에 마케팅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아이큐엠씨 측의 설명이다.

기술력만 놓고 봐도 밀릴 게 없다. 전체적인 서비스 내용은 비슷하지만 외산에는 없는 거버넌스 운용체계를 갖췄다. 조직 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어떤 순서대로 일하는지에 대한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아이큐엠씨는 이와 관련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거버넌스 운용체계를 활용하면 정보 변화가 생겨도 손쉽게 수정 가능하다.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송대관 대표는 “그동안 제품 품질을 올리고 조직운영을 효율화하는 데 힘을 줬다면, 앞으로는 정확한 정보관리가 기업경영을 이끄는 새로운 한 축이 될 것”이라며 “아직은 기준정보에 대한 의식이 높은 편이 아닌데, 서둘러 준비해 새는 돈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