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나이더일렉트릭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연 이노베이션서밋에 다녀왔다. 행사는 앞으로 전력 시장이 사물인터넷(IoT), 스마트그리드 등으로 어떻게 바뀔지 명확히 보여 줬다. 토론 패널은 하나같이 산업뿐만 아니라 인류 사회 전체가 노동과 에너지 낭비가 없는 고효율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생산품도 이제는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킨 융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우리 중전기기 업계가 이 뚜렷하고 거대한 트렌드에 편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슈나이더일렉트릭뿐만 아니라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창업 이후 100년보다 더 다채로운 변화를 겪었다. 단순히 제품 제조만으로는 성장은커녕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지 않는다. 정보통신(IT),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결집한 `솔루션` 개발과 영업을 강화했다. 이전까지 공장자동화(FA) 설비를 팔았다면 이제는 FA 운영 시스템 전체를 판다. 기존 제품에 SW를 입히고 센서 등 IoT 기술을 더한다. 단순 제품 판매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운영·유지·관리로 추가 수익을 확보한다. 고객사는 초기 도입 비용이 비싸더라도 이들 기업의 솔루션을 선호한다.
운영 최적화, 생산성 향상이라는 확실한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여전히 단순 제품 제조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기업이 이들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SW 및 IT 관련 인재 개발, 충원에 투자하고 신제품 개발에 나서는 기업은 몇 곳이나 될까.
한 중전기기 업체 관계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단순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고 팔아 봐야 물량·가격으로는 중국 제품을 당해 내기 어렵습니다. 해외 기업처럼 솔루션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당장 투자도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SW 및 IT는 우리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더 많아요.”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