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핵심기술 유출 대부분이 내부자, 협력업체 등 핵심 관계자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적잖은 중소기업이 기술 유출 위험성을 알면서도 인력, 비용 등을 이유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해 기술유출 위험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실정이다.
전자신문이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에 의뢰한 결과 경찰청이 접수한 기술유출 사건은 지난해 89건, 2014년 117건, 2013년 125건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이 내부인에 의한 기술유출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도 증가세다. 경찰청을 포함한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을 총괄하는 대검찰청의 기술유출 범죄 기소건수는 지난해 기준 총 467건이다. 2011년 이후 매년 400건 이상 기소가 이뤄졌다.
기술이 유출되는 주요 경로는 내부자 유출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기술유출 범죄 80%가량이 내부자 소행이었다. 핵심인력이 돌연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창업해 핵심정보를 무단 활용하는 방식이 다수였다. 2013년에는 퇴직 직원들이 전 직장 전산망에 접속해 핵심기술을 빼돌리는 사건이 적발됐다.
최근에는 협력업체 기술지원을 가장한 유출이 늘었다. 제품납품, 기술지원 등 업체 협력을 빌미로 협력업체 핵심정보에 접근한 뒤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자체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다.
엑스레이 공동개발을 빌미로 협력업체에 핵심부품 정보를 요구한 뒤 이를 유출해 독자 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기술이전 계약으로 접근한 해외기업이 국내기업 암 진단기술을 도용해 자체 개발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중소기업은 기술유출 위험성을 알면서도 비용, 인력 등을 이유로 기술유출 방어에 무기력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보안 중요성을 인식하지만 감시카메라, IP트래킹 등 보안 솔루션을 구비하기에는 소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비용이어서 자체 보안정책을 수립한 정도”라며 “내부자가 작정하고 정보를 유출하면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기술유출 원인으로는 보안관리 및 감독체계 허술(56.4%), 임직원 보안의식 부족(48.8%), 보안관련 투자미흡(33.7%) 등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협력업체와 민감 정보를 주고받을 때는 비밀유지계약서 작성 등 안전장치를 명확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내부자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물리적 보안 외에도 직원·연구원 처우를 개선하는 인적보안대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극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장은 “협력업체 거래 전 영업비밀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명기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거래 전에는 협력업체 평판, 자산규모를 따져보고 거래 후에는 영업비밀 반환이나 폐기를 분명히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표1】중소기업 기술유출 신고센터
【표2】기술유출 범죄 관련 기소건수(자료 : 대검찰청)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