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올해 발효 힘들듯…韓 산업계 다소 시간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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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현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홈페이지에 공표된 파리협약 비준 현황. 197개 참여국 중 29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0.1%가 비준을 완료했다.[자료:UNFCCC 홈페이지]

전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파리협정` 발효가 해를 넘길 전망이다. 협정이 발효 되려면 세계 197개 당사국 중 55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55% 이상 국가가 비준해야 하지만, 연내 달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1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한 파리협정 197개 당사국 중 지금까지 29개국만 비준을 완료했다. 미국·중국을 포함해 비준을 완료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40.1%다.

파리협정이 자동으로 발효되기 위해 넘어야할 선은 55개국, 온실가스 배출량 총합 55% 이상이다. 현재 26개국, 온실가스 배출량 14.9%가 모자란 셈이다.

이달 초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파리협정에 전격 비준하면서 연내 발효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미국·중국 비준으로 1%대에 머물던 목표량이 단숨에 3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 비준이 늦춰지고 나머지 15% 가까이를 더 채워야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연내 발효 가능성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EU는 28개 소속국이 개별적으로 비준을 모두 마치면 이를 통합해 EU 이름으로 UN에 비준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3개월 남짓 남은 시간에 28개국이 모두 비준을 마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EU 비준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초는 돼야할 것이란 전망이다.

EU가 빠지면 올해 파리협정 발효는 러시아·인도·일본·한국 등 나머지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 비준 여부에 달렸지만, 성사를 위해 넘어야할 산이 남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1%를 넘는 다배출 국가 중 인도(3.79%), 브라질(2.48%), 캐나다(1.95%), 멕시코(1.7%), 호주(1.46%) 등이 연내 비준 방침을 밝혔을 뿐 나머지 국가는 여전히 준비단계다. 연내 비준 방침을 밝힌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 더해도 발효까지는 5% 가량 부족하다.

배출량 비중이 큰 러시아(7.53%)와 일본(3.79%) 비준 여부가 관건인데, 러시아는 파리협정에 줄곧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본은 파리협정 전신인 교토의정서체제에서도 탈퇴한 전례를 갖고 있어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1.85%) 역시 올해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동의를 얻어야하기 때문에 최종성사는 불투명하다.

이런 국제 정세와 관련, 우리 산업계 입장에선 좀더 촘촘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파리협정 발효 기준이 충족될 수도 있다는 부담이 컸는데 올해 발효되지 않는다면 산업계가 좀 더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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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이 COP21 협상 타결을 기뻐하며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유엔뉴스센터 제공>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파리협정 연내 발효 가능성을 50대50 정도로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파리협정 발효 전에 비준을 해야 녹색성장 선도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파리협정=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 2020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파리협정은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와 달리 197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보편적인 첫 기후합의다. 협정은 장기목표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 1%를 넘는 상위 배출국>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 1%를 넘는 상위 배출국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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