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앤리뷰] LG전자 V20 써보니, "V&O 플레이 온"

아오마메는 정체에 휘말린 택시 안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첫 소절을 들었을 때 경험했던, 그 이상한 감각을 떠올렸다. (중략) 나는 하이힐을 벗고 그 위험한 계단을 내려왔다. 그 계단을 맨발로, 강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는 동안에도 내내 `신포니에타` 도입부의 팡파르는 내 귓속에서 단속적으로 울려 퍼졌다. 어쩌면 그것이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1Q84`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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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V20

초기 스마트폰에서 가장 좋은 제품은 `최고 성능을 낼 수 있는 폰`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스펙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더 이상 `최고 성능`이 바로미터가 될 수 없게 됐다. `보다 잘 쓸 수 있는 폰`이 대세로 떠올랐다.

지난해 출시된 LG전자 `V10`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모델이었다. LG전자가 `시티 어드벤처러`를 위한 폰이라고 소개할 만큼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용자가 여러 방식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V20`도 연장선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V20를 직접 쓸 때는 그 진가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변화는 그 이후부터다. 원래 쓰던 스마트폰으로 돌아오니 V20의 성능이 십분 체감된다. 괜찮은 이어폰을 쓰다 보면 보급형으로 바꾸기 어렵듯, 큰 화면에 익숙해지면 다시 작은 화면으로 돌아가기 힘들듯, V20는 한 방의 임팩트는 없지만 잔잔하게 밀려오는 맛이 있다.

스마트폰을 쓰고 난 후 사용자의 활용 패턴이 달라졌다면 그 폰의 가치는 충분하다.

김문기 넥스트데일리 이버즈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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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플레이가 튜닝한 번들 이어폰에서도 생생한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유·무선 가리지 않는 `뮤직폰`

LG전자는 지난해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업체인 ESS와 협력해 `V10`을 출시했다. ESS Sabre 32비트 DAC 9018C2M을 탑재해 하이파이 음원을 재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올해는 협력 폭이 늘었다. `V20`는 ESS, B&O 플레이, 퀄컴 등과 협력해 오디오 성능을 더 끌어올렸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하이파이 음원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우선 ESS 32비트 Sabre ES9218 하이파이 쿼드 DAC가 장착됐다. 전작은 싱글 DAC를, 올해 출시된 G5 하이파이 플러스가 듀얼 DAC를 지원했다면, V20는 무려 네 개의 DAC가 결합됐다. 쿼드 DAC는 싱글 DAC 대비 잡음을 최고 50%까지 줄여준다. 잡음이 줄어 좀 더 명료한 소리를 들려준다.

DAC는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 주는 장치다. 각종 디바이스에 칩 형태로 탑재된다. 통상적으로 음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취급된다. 성능이 높을수록 음 왜곡과 잡음을 줄여준다. 원음에 보다 가까워지는 셈이다.

LG전자는 ESS와 협업해 전력효율을 20% 더 끌어 올렸다. 고성능 DAC 탑재는 그만큼 전력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V20는 헤드폰 앰프를 통합하고 스마트폰에 최적화하면서 전력 고민을 해결했다.

V20는 32비트 384㎑ 하이파이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음원은 CD 음질인 16비트 44.1㎑를 기준으로 삼는다. 비트는 디지털 신호 최소단위로 음을 분리해 표현하는 수치다. ㎑는 초당 몇 번 샘플링을 해주는지 나타내는 표지다. 두 숫자가 높을수록 음원 수준이 올라간다.

CD 음질보다 높은 24비트부터는 하이파이 음원이라 표현한다. 32비트는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CD 음질 대비 16배 이상 탁월한 음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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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연결하면 Hi-Fi 쿼드 DAC가 활성화된다.

LG전자는 하이파이 음원이 아니더라도 원음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업비트&업샘플링` 기술을 적용했다. 타 제품이 포맷별로 한계를 인식해 중용을 선택한다면 V20는 한계치까지 최대로 끌어올려 음질을 재구성, 복원해 들려준다.

LG전자는 하이파이 음원에 `B&O 플레이`라는 색을 입혔다. V20에 B&O 플레이 음색 튜닝 기술을 적용했다. 뱅앤올룹슨은 `정직한 소리`를 들려주기로 유명하다. 왜곡 없는 균형 잡힌 사운드를 구현한다. 번들 이어폰 튜닝에도 B&O 플레이가 함께 했다. 둘의 협력은 V20 후면과 번들 이어폰에 고스란히 찍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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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V20의 후면에는 B&O플레이 로고가 중앙에 배치돼 있다.

ESS DAC는 유선으로 연결했을 때 사용 가능하다. 이어폰을 꼽으면 `설정-소리/알림`에 `하이파이 쿼드 DAC`가 활성화된다. DAC 출력 게인(Gain) 조절 기능을 이용해 헤드폰에 최적화된 볼륨과 사운드로 자동 조정해준다. 좌우 소리 조절이 가능하다. 볼륨은 75단계로 미세 조절할 수 있다.

기본 바탕도 탁월하다.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퀄컴 스냅드래곤820에는 통합 DAC가 내장돼 있다. 퀄컴 어쿠스틱 오디오 코덱으로 부드러운 중음과 단단한 저음을 경험할 수 있다.

유선이 아닌 블루투스 무선 연결은 퀄컴 `aptX HD 오디오 코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4비트 음원을 원활하게 재생해준다. LG전자는 올 초 스마트폰 G5와 톤플러스 HBS-1100로 aptX HD의 시작을 알렸다. 최근에는 다양한 제조업체에서 이를 적용한 리시버를 내놓고 있다.

◇`싱 스트리트`와 `비긴 어게인`

V20는 `양방향` 멀티미디어 스마트폰이다. 수동적으로 보고 듣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일상을 기록할 수 있게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후면 상단에 1600만 화소, 75도의 일반각 카메라와 800만 화소, 135도의 광각 카메라가 듀얼로 배치됐다. 전면에는 500만 화소, 120도 광각 카메라가 탑재됐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대부분이 카메라를 내세울 때 밝기, 초점, 화각 등을 언급한다. LG전자는 화각에 집중했다. 전·후면 화각을 넓혀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기능이 빠지지는 않는다. △레이저 빔으로 촬영 대상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저 오토 포커스` △렌즈에서 들어오는 빛을 이미지센서 두 개에 나눠보내 두 빛 간 거리가 맞도록 조절하는 `위상차 오토 포커스` △이미지 센서에 들어온 빛의 명암비를 분석하는 `콘트라스트 오토 포커스` 세 가지 방식으로 동시 측정해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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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V20의 후면 듀얼 카메라

전작인 V10은 사진뿐만 아니라 비디오 촬영 전문가 모드를 최초로 탑재한 바 있다. V20는 비디오 전문가 모드가 강화됐다.

우선 자이로 센서 기반 `전자식 손떨림 방지(EIS)`와 프레임 내 피사체 위치를 분석해 보정하는 `디지털 이미지 보정(DIS)` 기능이 더해져 안정된 영상 촬영이 가능해졌다. 특히 `하이파이 비디오 레코딩`은 DVD나 전문 캠코더 오디오 녹음에 쓰이는 LPCM을 지원한다. 24비트 48㎑ 음성 녹음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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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비디오 전문가 모드를 통해 24비트 하이파이 영상을 녹화했다.

하이파이 영상 녹화가 어떤지 알아보고자 홍대를 찾았다. 버스킹을 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와 래퍼를 만날 수 있었다. 비교 체험을 위해 아이폰6S 플러스와 V20로 동시에 영상을 녹화했다.

동일한 이어폰으로 촬영 영상을 교체해가며 들었을 때 V20 실력이 뛰어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폰6S 플러스의 소리는 뭉툭한 것에 비해 V20는 뾰족하다. V20가 좀 더 날 것의 느낌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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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V20으로 하이파이 영상을 녹화한 결과(상단)과 동일하게 애플 아이폰6S 플러스로 녹화한 결과를 비교해봤다.

아쉬운 게 있다면 주변 소음도 24비트라는 점이다. 버스킹 당시 여러 명에 둘러싸인 상태로 녹음을 했다. 양쪽에서 대화를 나누는 소리까지 쨍쨍하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도 밴드 음악을 영상으로 촬영했는데 그 때에도 주변 소음이 거슬렸다.

이렇게 주변 소음이 신경 쓰인다면 `지향성 녹음` 기능으로 더욱 깨끗하게 녹음할 수 있다. 지향성 녹음은 소리와 기기 위치를 조절 레버로 선택, 내가 원하는 방향의 소리만을 골라 녹음할 수 있는 기능이다. 물론 폐쇄된 공간이나 비교적 조용한 곳에서 외부 마이크 도움을 받는다면 V20 장점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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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질 녹화를 경험해보기 위해 `기본`과 `콘서트` 모드를 번갈아가며 버스킹팀의 노래를 녹음해봤다.

놀라운 기능은 고음질 녹음이었다. 오디오 녹음은 영상보다 더 탁월한 녹음 성능을 뽐낸다. 24비트 192㎑까지 가능하다. FLAC, WAV, 3GP 파일 포맷을 지원한다. 하이 AOP 마이크는 기존보다 네 배 큰 소리로 녹음할 수 있다.

모드는 총 세 가지다. 기본, 콘서트, 사용자 설정으로 구분된다. 홍대나 영등포에서는 기본과 콘서트 모드를 바꿔가며 녹음했다. 기본은 노래와 소음이 평면적으로 들린다. 둘 다 자기 소리를 내려고 악악대는 느낌이다. 콘서트 모드는 생각보다 주변 소음을 최소화하면서 노랫소리의 굴곡을 잘 표현한다. 입체적이다. 평소에는 기본모드를, 공연장에서는 콘서트 모드를 이용하면 적절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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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하이파이 영상 녹화와 고음질 녹음을 사용해봤다.

사용자 설정 모드에서는 `스튜디오 모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써보니 꽤 재미있는 기능이다. MR가 있다면 그 MR에 자신의 노랫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오디션 느낌을 내보려 슈퍼스타K에서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정류장(MR)`을 내려 받아 직접 녹음해봤다. 음질은 훌륭한 편이다. 전문 가수는 아니지만 이벤트 등에 쓰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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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버스커의 `정류장` MR을 받아 직접 스튜디오 녹화를 해봤다. 노래만 잘 부를 수 있다면 훌륭한 이벤트 소재로 쓸 수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아는 `UX`

`V 시리즈`가 다른 모델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기능으로 `세컨드 스크린`을 꼽을 수 있다. 없어도 무방한 기능이지만 있으면 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매력덩어리다.

실제로 써본 `세컨드 스크린` 매력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자주 사용하는 설정이나 앱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SNS나 게임 등을 선택해 놓으면 메인화면에서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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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V20의 세컨드 스크린

두 번째는 기기가 꺼져 있을 때다. 원하는 내용을 설정해놓으면 꺼진 상태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각종 알림도 아이콘으로 표시해준다. 올웨이즈 온 기능으로 계속 켜놓아도 배터리 소모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기를 두 번 두드려 깨우는 `노크 온`이나 후면 지문인식 버튼으로 바로 켜 확인할 수도 있다. 노크 온은 중독되면 타 기기에서도 꺼진 화면을 두드리는 후유증을 겪게 된다.

가장 효율적인 기능은 알림창이 화면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을 즐기는 도중 이메일이나 메시지가 오면 상단에 알림창이 뜨면서 화면을 가리게 된다. 이러한 알림을 세컨드 스크린에 띄울 수 있다. 알림을 확인하고 바로 답장을 보낼 수도 있다. 특히 별도 설정으로 타 앱을 이용할 때도 세컨드 스크린에서 시간과 배터리 및 네트워크 상태 등을 상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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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즐기면서도 세컨드 스크린을 통해 시간과 배터리, 각종 알림 상황을 화면 방해없이 확인 가능하다.

구글 안드로이드 7.0 누가가 적용돼 구글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화면을 분할해 사용하는 멀티태스킹과 새로운 검색 방식인 `인앱스`가 있다. 인앱스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한번에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다.

기기 외적으로는 탄탄한 내구성과 착탈식 배터리가 핵심 구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우측 하단 버튼을 누르면 `탈칵`하는 소리와 함께 후면이 분리된다. 고속 충전을 지원해 빠르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지만 여분의 배터리가 있다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영상 촬영이 많다면 착탈식이 더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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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착식 배터리를 채택했다.

V20는 항공기, 요트 등에 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AL6013 소재를 사용해 후면을 마감했다. 좌우 양쪽 가장자리를 둥글게 말아 비틀림이나 휘어짐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했다. 본체 상하단은 실리콘 폴리카보네이트(Si-PC)를 이용해 내구성을 높였다. Si-PC는 여행용 하드 캐리어에 쓰이는 소재 대비 20% 이상 충격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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