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알아도 난 자리는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지난 12일 저녁 일어난 카카오톡 장애 사건이 딱 그랬다. 오후 7시 45분부터 9시 52분까지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이 원활하지 않았다. 전송이 안 되거나 지체되는 상황에서 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겪었다.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거나 다른 메신저를 사용했지만 여전히 카카오톡의 범용성이나 익숙함을 대체하기는 어려웠다.
원인은 지진이었다. 카카오는 이날 경북 경주에서 규모 5.0이 넘는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서 가족이나 지인 생사나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폭증한 탓에 서버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시도는 이날 평소의 세 배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이라는 천재지변 상황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트래픽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 메신저 타이틀을 가진 카카오톡이 비상 상태 대응을 좀 더 완비해야 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카카오톡, 라인, 트위터 등 모바일 시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급성장에는 재난, 테러 등 비상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사건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다른 메신저와 비교하거나 모바일 초기 일본 대지진 상황에서 라인 메신저나 카카오톡이 보여준 활약과 비교해 비판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 단순 비교하기에는 가입자 수나 서비스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번 장애는 거대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는 4800만 명에 이른다. 하루 80억 건이 넘는 메시지가 오간다. 이미지로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 하루 발송량만 7000만 건이다. 국민 5명 중 1명이 이모티콘을 매일 활용한다.
이번 지진이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 것처럼 카카오도 트래픽 폭증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이번 서비스 장애가 향후 `흔들리지 않는` 카카오톡 서비스 구축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