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SML, 시게이트, 램버스, 샤프 지분을 잇달아 매각했다. 과거 투자했던 자산을 효율화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매각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ASML, 시게이트, 램버스, 샤프 등에 투자한 지분을 매각했다고 18일 밝혔다.
정확한 매각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각사 주가 등을 감안하면 총 매각 금액은 1조3000억원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사업 환경 변화에 맞춰 과거에 투자한 자산을 효율화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분 매각과 해당 회사와의 협력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인수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지분 3%의 절반인 1.5%(630만주)를 매각했다. 지분 인수가격은 당시 환율로 7146억원이었으며, 이번에 지분 절반을 매각한 금액은 약 7500억원대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노광기 개발 협력을 위해 ASML 지분 일부를 인수했으며, 지금까지 노광기 개발에 성공적이었다. 이번에 일부 투자 회수 차원에서 지분 절반을 매각하며 핵심 설비 파트너로서 ASML과의 협력 관계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 스토리지(HDD) 전문기업 시게이트 지분 4.2%(1250만주)도 전량 매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스토리지 사업을 시게이트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게이트 지분 9.6%를 7884억원에 취득했고, 주식 배당 등으로 보유 지분이 12.6%까지 늘어났다. 지난 2013년 10월 보유 지분 중 9%를 15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조6000억원)에 시게이트에 되팔며 약 8000억원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번 매각금액도 시게이트 주가를 감안하면 5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 램버스 지분 4.5%(480만주)도 전량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700억원대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10년 특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램버스 지분 9%를 취득한 바 있다. 2011년 풋옵션으로 램버스에 4.5%를 매각한 후 이번에 잔여 지분을 매각했다.
샤프 지분도 전량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53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지난 2013년 LCD패널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투자했던 일본 샤프 지분 0.7%(3580만주)를 전량 매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샤프와의 패널 공급관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이번 지분 매각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