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식 경영 행보 주목…실용주의·신사업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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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침내 등기이사로서 경영전면에 나선다.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사실상 그룹 경영을 이끌어 온 이 부회장이 책임 경영을 강화했다는 의미다. 최근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위기가 커지는 상황이 등판 시기를 앞당겼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급한 불을 끄고, 향후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삼성에 빠르게 입히겠다는 포석이다.

◇책임경영으로 위기 극복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장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작은 문제로 생각했던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은 250만대 전량 리콜 조치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미국, 일본 등 세계 10개국에서 갤럭시노트7 사용중지 권고가 나오고, 추가 발화사고가 보고되는 등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조~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리콜 결정에도 이 부회장의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이 반영됐다. 이제 최우선 과제는 전량 리콜이라는 목표를 빠른 시일 내에 완수하는 것이다.

등기이사 선임은 주주와 파트너사에 신뢰를 주는 효과도 있다. 그 동안에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는 이사회 멤버에는 빠져 있었고, 결정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를 요구해왔다.

◇실용주의 행보 가속

이 부회장 경영스타일은 `실용주의`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불필요한 허례허식은 걷어내고,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삼성이 해야 한다는 생각도 걷어냈다. 이런 경영스타일은 사업 매각과 인수합병(M&A) 등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매각했다.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을 한화에, 화학사업은 롯데에 각각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프린팅솔루션 사업도 물적분할해 휴렛패커드(HP)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에도 원칙이 있다.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는 업계 1위 사업자에 매각했다. 기존 임직원 고용승계 조건도 모두 포함시켰다. 큰 잡음 없이 매각을 성사시킨 배경이다.

앞으로도 성장성이 약하거나 비주력사업으로 판단되는 사업부문은 추가로 매각하는 등 사업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삼성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기술은 M&A를 통해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과거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겠다는 자세와 상반된다.

이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스마트싱스를 인수해 사물인터넷(IoT) 역량을 키웠고,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 서비스를 갖추고 핀테크 시장에 대응했다. 바이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센서 등 성장성이 유망한 분야 글로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인수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통해 매 분기 3~5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신기술 확보를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사업+승계 작업 속도

바이오, 핀테크, 자동차 부품 사업 등 삼성이 신성장동력으로 꼽는 신사업 추진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이사회에 들어가는 이유가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것인 만큼 신사업을 빠르게 궤도에 올리기 위한 M&A 역시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사업부 매각을 위해 확보한 자금 등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상속을 포함한 경영권 승계 작업도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체제 준비,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등 다양한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상속 등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