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반값 전기요금을 실현했다고 좋아만 하다간 낭패 볼 일이 생긴다.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태양광 발전 설비 수명이 보통 15~20년이라 해서 설치만 해 놓았다고 20년 동안 알아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태양이 없어지진 않을 테니 반영구로 쓰겠지 하는 생각도 잘못이다.
먼저 단독주택은 지붕이 있어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태양의 이동 방향이나 인근 건물 그림자 정도만 파악하면 되지만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사업 추진에 앞서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에 적합한 장소가 있는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공동주택 태양광 시공업체에 따르면 의외로 옥상 엘리베이터실이 높아 그림자 영향으로 설치에 부적합한 곳이 많다. 또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는 옥상에 인테리어 장식물이나 경관 조명 시설 등이 설치돼 있는 곳이 많아 태양광 발전기를 세우기 어려운 곳도 있다. 설치에 앞서 지붕에 올라가 발전 설비를 둘 공간이 확보되는지를 꼭 살펴야 한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후에는 생산한 전력이 남을 때 한국전력공사로 흘러 들어가는 전력을 측정하는 `잉여전력계량기`를 꼭 설치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기 시공업체가 설치한 후 한전과의 계약까지는 관여하지만 이후 관리는 사용자 몫이다. 한전이 잉여계량기를 설치하라는 연락을 해 오면 자비(약 7만원)를 들여 잉여계량기를 설치해야 한다. 잉여계량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남는 전력이 한전으로 들어갈 때 전력량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한전에 공짜 전력을 공급하는 상황이 된다.
태양광 발전 설비를 남향으로 설치하면 가장 좋긴 하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고집할 필요까지는 없다. 남향인 때 하루 3.3시간 발전할 수 있다면 발전 설비가 서·동쪽으로 30도 이내로 꺾여도 3시간은 넘게 발전할 수 있다. 굳이 건물 미관을 해치면서까지 남향 구조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태양광모듈과 함께 설치하는 인버터는 수명이 약 5년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모듈은 수명이 20년이지만 인버터는 소모품이다. 인버터 가격이 60만~70만원이고, 교체 시 인건비를 감안하면 자가 설비인 경우 5년마다 약 100만원의 인버터 교체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태양광 발전 설비 전력생산량이 해가 지날수록 줄어든다는 것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연간 발전량의 0.5%가 줄어드는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3㎾ 발전기를 설치한 가정에서 첫 해에 4000㎾h 전력을 생산한다고 볼 때 이듬해에는 3980㎾h 전력을 생산한다. 설비 투자비 등 감가상각이 끝난 10년이 지나도 연간 3800㎾h 넘게 발전할 수 있어 절대 손해 볼 일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전 설비 설치 후 매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버터를 점검, 발전량이 정상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인버터에는 태양광 발전기 전력 생산 누적량이 기록되기 때문에 발전량이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거나 하면 문제가 생긴 것이다. 보통 2개 라인으로 구성되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는 태양광모듈 한 개만 고장 나도 한 개 라인이 모두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서 인버터 점검을 정기로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시공사에 사후관리(AS)를 요청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