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사가 암호화된 지상파 초고화질(UHD) 영상 해제 장치를 TV에 탑재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지지부진하던 지상파 UHD 본방송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상파TV는 가전사와 `콘텐츠 보호` 해제 장치를 TV에 탑재하기로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지상파TV를 암호화하는 콘텐츠 보호는 TV단말기에 별도 암호화 해제 장치가 있어야만 지상파UHD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지상파와 가전사는 비용 문제를 협의 중이다. 콘텐츠 보호 기술이 상용화되면 인증센터 구축·운영과 해제 장치 탑재 등 고정 지출 비용이 생긴다. 지상파TV 관계자는 “가전사가 콘텐츠 보호 해제 장치를 새로 출시하는 TV 단말기에 탑재하기로 했다”며 “지금은 콘텐츠 보호 적용에 따른 비용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증센터는 한국전파진흥협회(RAPA)가 맡는다. 가전사는 암호화 해제 장치를 탑재하는 대신, 콘텐츠 보호 기술 인증센터는 중립적인 기관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지상파TV에 요구했다. RAPA가 콘텐츠 보호 해제 장치가 탑재된 TV단말기가 잘 작동되는지 여부를 인증한다.
지상파TV 콘텐츠 암호화는 그동안 가전사와 지상파TV 간 주요 갈등 요인이었다. 지상파TV는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UHD 영상에 대한 암호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해왔다. 삼성과 LG전자는 UHD 콘텐츠 암호화 해제 장치를 TV에 탑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추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국내 환경에 맞춰 TV를 별도로 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전사가 입장을 바꾼 것은 지상파 UHD 본방송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 2월 지상파TV 본방송이 시작되지만, 지난 7월까지 지상파와 가전사는 콘텐츠 보호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가전사 도움 없이는 지상파TV가 원하는 UHD 방송이 불가능하다. TV단말기에 암호화된 영상 해제 장치가 없으면 영상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전사 측은 “서로 입장만 주장하면 아무런 합의점에 도달할 수 없어 입장 차이를 좁혀가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이 없어 세부 협의 내용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보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외산 TV에는 암호화 해제 장치가 없다. 외산 TV를 산 소비자나 직구를 통해 삼성전자, LG전자 TV를 구매한 고객은 UHD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해 볼 수 없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UHD TV로는 암호화된 지상파 영상을 직접 수신할 수 있지만 그 외 제품은 암호화 해제 장치가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