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 국경이 사라지면서 부품·서비스 조달 영역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른바 그룹 계열사 배정 공식도 깨졌다. 무한경쟁 속에 제품 완성도와 가격을 맞춰 주지 못하면 동지를 버리고 적을 취하는 형국이 됐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교체 물량 배터리 전체를 중국 ATL에서 조달하기로 한 것도 이런 거대한 변화의 한 단면이다.
삼성그룹에는 물론 배터리를 생산하는 세계 기업 삼성SDI가 있다. 지금까지도 삼성전자가 만드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물량 절반 이상을 삼성SDI가 맡아 왔다. 하지만 이번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불량에 따른 전량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택하면서 이 구도가 완전히 깨졌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핵심 부품은 비록 계열사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도 깨끗이 해결하고 가겠다는 것이 삼성의 의지로 읽힌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품 공급 구조는 관행과 관습이 깨진지 오래다. 이미 주요 전자 그룹 내 부품 계열사들은 “다른 세트업체와 공급하는게 낫지 그룹 내 전자업체에 납품하는게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 됐다”고 토로한다. 실제 그룹 맏형 격인 전자회사는 같은 형제 계열사에 다른 경쟁 기업보다 더한 엄격한 품질 관리와 가격 맞춤을 요구한다. 그러지 못하면 공급 중단이라는 경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고정된 공급 체인은 이미 깨졌다. 당연히 품질과 가격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붙임과 떼임이 거듭될 것이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변화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일시 위기 모면을 위한 수단이 분명히 아닐 것이다. 오히려 안정된 것 같은 계열사에 위기의식을 가하고, 더 나은 기술 혁신과 개발로 나아갈 수 있는 자극제가 돼야 한다.
나아가 어떤 부품조달 환경에서도 가장 완벽한 공급처와 지속된 거래 관계를 만들어 내는 귀중한 경험이 돼야 한다. 그래야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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