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회색 코뿔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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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검은 백조(블랙 스완·black swan)`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백조는 하얗다. 검을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검은 백조`라 불렀다. 월가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는 `The black swan`이라는 책을 저술하면서 유행어가 됐다. 무작위로 발생해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쓰인다.

이번에는 코뿔소다. 색깔이 회색인. 코뿔소는 보통 중량이 2톤이 넘는다. 이런 거구가 다가오면 그 존재를 모를 수 없다. 엄청난 몸집은 자연 눈에 띌 수밖에 없고, 육중한 무게 때문에 발밑에 진동이 느껴진다. `회색 코뿔소(Gray Rhino)`는 상징어다. 개연성이 높고 거대한 충격을 일으키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위기를 표현한 말이다. 저자가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으로 그 개념을 소개했다.

저자 미쉘 부커(Michele Wucker)는 세계적 싱크탱크인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를 설립,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거대 글로벌 이슈에 천착, 통찰력을 제공하는 연구기관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에서 학문전담팀도 이끌고 있다. 금융전문지 인터내셔널 파이낸싱 리뷰 라틴아메리카 지국장이며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 유수 언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다수 사건 및 사고가 어느 날 갑자기 무작위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일련의 경고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는데 저자는 이를 `회색 코뿔소`라 명명했다. 한번 일어나는 아주 큰 사고는 사전에 29번의 경고가 있었고, 또 29번의 경고에 앞서 300번의 미세 경고가 있었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블랙 스완`이 인간 예측 능력을 벗어난 위기를 의미한다면, `회색 코뿔소`는 인간이 위험을 보고서도 대응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못 본 척 외면, 위기를 키우고 조장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뻔히 보이는 위기 신호를 외면하는 것은 심리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한다. 사람은 일상에서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본능적으로 이를 회피한다.

또 인간 본성이나 조직 및 사회 제도는 본능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고 장밋빛 미래를 선호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는 세계 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세계 경제를 응급상황에 빠트릴 금융 위기가 닥쳐도, 또 기업 사활이 걸린 위기 앞에서도 인간 본능은 달라지지 않고 이를 회피하거나 외면한다는 것이다.

위기를 인지하면서도 적시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불완전한 사회 시스템도 한몫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비뚤어진 유인책과 사람들의 의도적 낙관이 결합하면 위기를 전면 부정하고 싶은 충동이 증폭,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회색 코뿔소`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총 10장에 걸쳐 5단계 해법을 제시한다. 먼저 1장에서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회색 코뿔소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2장과 3장에서는 편향된 인지로 인한 오류와 이에 대처하는 법을 다뤘다. 사람들이 눈앞의 위기를 무시한 채 장밋빛 전망에 빠져드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5장에서는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회색 코뿔소`의 종류, 즉 위기 종류를 8가지로 분류했다. 이들 서로 다른 8가지 위기 유형과 특징, 사례, 대응책을 담았다. 6장과 7장에서는 회색 코뿔소와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 사례로 제시한다. 8장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사례를, 또 9장과 10장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회색 코뿔소에 대처해야 하는지 말한다. 원제는 `The Gray Rhino`다. 미쉘부커 지음, 이주만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1만8000원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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