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휴렛패커드(HP)에서 분리된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비핵심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매각한다. 과거 HP 우산 아래 있었던 사업부문의 각자 길찾기가 계속되고 있다. 인텔도 6년 전 인수했던 보안기업 맥아피를 다시 매각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HPE는 비핵심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분사해 영국 마이크로포커스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88억달러(9조6254억원)다. HPE 주주는 25억달러 현금과 합병 법인 지분 50.1%를 갖게 된다.
이번 매각은 지난 6월 영국이 국민투표에서 EU를 탈퇴하기로 한 후 영국 기업에 의한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HP는 작년 10월 회사를 PC와 프린터 등을 파는 HP와 기업용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HP엔터프라이즈로 분사했다. 그러나 HPE는 소프트웨어 투자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HPE는 오토노미, 머큐리인터랙티브 등을 인수하며 소프트웨어 부문에 200억달러가량을 투자했다. 그러나 오토노미가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리면서 88억달러로 감각상각해 큰 손실을 봤다.
이에 맥 휘트먼 HPE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대응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조직 슬림화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5월에는 기술서비스 부문을 컴퓨터사이언스에 85억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 HPE는 빅데이터, 기업 보안, 정보기술(IT) 운영 관리 등 비핵심 사업 부문도 매각할 예정이다. 대신 네트워킹, 스토리지 등 핵심 분야에 사업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맥 휘트먼 HPE CEO는 “매각으로 빠른 성장, 높은 이익률, 강력한 현금 흐름 창출이라는 회사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로포커스는 합병회사 역량을 비즈니스앱과 보안, 데이터센터 분야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연매출 규모는 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케빈 루즈모어 마이크로포커스 CEO는 “이번 인수로 인프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주요 기업 중 하나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텔도 보안업체 맥아피 지분 51%를 사모펀드 TPG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부채를 포함해 총 42억달러(4조5956억원)다. TPG는 인수 금액 중 11억달러를 맥아피에 투자 형태로 지불하고 나머지 31억달러는 인텔에 현금으로 지불할 예정이다.
인텔은 2010년 맥아피를 인수했다. 인수가는 맥아피 주가에 60% 프리미엄이 붙은 77억달러로 역대 인텔 인수 중 최고가였다. 인텔은 맥아피 인수 후 `인텔시큐리티`로 사명을 바꾸고 보안사업을 운영했다.
그러나 사이버보안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사업과 연계도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 맥아피를 인수한 이후 칩셋 내 보안 기능 내재화 계획을 세웠지만 이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앞서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과 인수 협상에 나선 몇몇 사모펀드는 인텔 사이버보안사업 성장률과 비용절감 능력에 우려를 표했다.
PC시장 지속 침체로 인텔은 클라우드컴퓨팅 반도체로 사업을 선회하고 있다. 작년 167억달러에 네트워크 및 무선장비 반도체업체 알테라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1만2000명에 이르는 감원 계획도 내놨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