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분야를 정해 최단 3~5년 이상 맡으면 통찰력이 생깁니다. 한 서비스의 흥망성쇠를 경험하면서 여러 상황에서 디자이너 역할도 깨닫게 됩니다.”
박인선 카카오 로컬디자인파트장은 후배 디자이너에게 하나의 서비스를 깊이 있게 경험해보라고 조언한다. 단기간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패러다임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시대적, 내부적 여러 영향에 따른 변화 추이를 경험하고 느끼면 다른 서비스를 보더라도 같은 맥락에서 판단하는 역량이 생긴다는 것이다.
박 파트장은 카카오 입사 뒤 3년 동안 카카오버스, 카카오지하철, 이달 중순께 나올 카카오맵 디자인을 맡았다. 카카오버스는 8월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 `레드닷디자인어워드 2016`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적합성과 창의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수도권을 포함한 56개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점, 버스 색상을 정보 디자인 핵심으로 잡아 직관성을 높인 점, 추천과 알람 기능 등이 주효했다.
카카오버스는 기획 단계부터 힘들었다. 카카오버스 전신인 `서울버스` 이용자는 충성도가 높았다. 변화에 따른 저항감을 최소화하면서도 카카오가 보여줄 수 있는 혁신을 내포해야 했다. 연령과 성별 등에 구애받지 않는 범용성 확보에 힘을 쏟았다. `새로고침` 기능은 여러 가지 디자인 중 가장 많이 쓰이는 형태를 채택했다. 누가 봐도 새로고침으로 인식하게 해 오해 범위를 최소화했다. 그러고도 기존 사용자에게 불편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서비스가 안착돼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박 파트장은 “혁신만을 위한 혁신은 5년 동안 충성도 높은 사용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컸다”며 “서울버스 전통과 역사를 지속하는 가운데 사용성을 극대화하는 혁신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디자인 핵심으로 잡았다”고 토로했다.
지속과 혁신 두 축을 잡은 것은 네이버 검색 파트에서 오랜 경험이 도움이 됐다. 박 파트장은 네이버에서 8년 동안 검색 디자인에만 몰두했다. 현재 버전 네이버 앱 메인화면부터 통합검색 초석을 다졌다. 박 파트장은 “근무하면서 외도를 한 번도 안 했다. 유일하게 검색만 했다”며 “사원으로 입사해 3년여 만에 부장에 오를 정도로 치열하게 일했고 서비스를 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버스 개선을 위해 수시로 `게릴라 인터뷰`를 진행한다. 카카오톡으로 고객이 앱 마켓에 올린 댓글을 수시 확인한다. 지속적으로 고객 목소리를 듣는 게 디자인 철학 핵심이다. 향후 위젯과 스마트워치 고객을 끌어안는 데도 힘쓴다. 박 파트장은 “서울버스 정통성을 잇다보니 장기적으로 사용성을 높일 부분이 있다”며 “고객 목소리를 반영해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