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측면에서는 큰 혁신이 없었지만 기능 측면에서는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
애플이 7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아이폰 `아이폰7(4.7인치)`과 `아이폰7 플러스(5.5인치)`에 대한 일반 평가다.
새 아이폰은 전작 `아이폰6`와 `아이폰6s`가 나온지 꼭 1년 만이다. 스마트폰 원조인 애플이 내놓는 신제품이니 만큼 그동안 `어떤 모습이 될지` 소문(루머)이 무성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주요 기능에 대한 `루머`가 `사실`로 나타났다.
우선 가장 논란이 된 헤드폰 잭 제거 루머가 사실이 됐다. 또 루머대로 애플은 아이폰7 플러스에 듀얼 렌즈를 장착했고, 역시 루머대로 방수 기능이 강화됐다.
아이폰7 방수 수준은 IP67급이다. IP68급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보다 한 단계 낮다. IP67 가운데 앞자리 숫자 6은 먼지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되는 방진 기능을 나타낸다. 6은 가장 높은 방진 수준이다. 6 뒤의 숫자는 방수 기능이다. 가장 높은 단계가 8이다. 아이폰7은 7 수준이다.
방수 7은 15㎝~1m 깊이 물속에서 보호된다. 방수 8은 1m 이상 깊이의 물속에서 장시간 보호되는 수준으로, 가장 높은 등급이다.
저장 용량 역시 루머대로 두 모델 모두 32, 128, 256기가바이트(GB) 세 종류다. 색상은 기존의 실버, 골드, 로즈골드 외에 블랙(무광 검정)과 제트블랙(유광 검정)이 추가됐다.
특히 이번 새 아이폰 기능에서 가장 주목 받은 것은 카메라 기능과 무선 기능이다.
◇고급 카메라 닮아 가는 아이폰7
그동안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3.5㎜ 헤드폰 잭 제거였다. 예상대로 헤드폰 잭은 사라졌다. 이에 대해 애플은 배터리 용량 확대, 방수 기능 제공, 더 밝은 화면 제공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7 플러스에 장착한 `듀얼 카메라`를 강조했다. 와이드 앵글 렌즈와 망원 렌즈가 동시에 부착된 듀얼 카메라는 광학 줌 2배, 디지털 줌에서 최대 10배까지 확대가 가능하다. 동영상을 찍을 때도 최대 6배까지 끌어당길 수 있어 새로운 카메라 경험을 안겨다 줄 거라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배경은 흐릿하게 하고 피사체는 선명하게 하는 `아웃포커스` 효과도 아이폰7 플러스의 듀얼 카메라에서 비슷하게 연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 카메라 아이폰7 역시 카메라 품질이 개선됐다. 조리개 품질을 높여서 낮은 조도에서도 선명한 색상을 구현하게 했다. 또 광학이미지안정화 기술을 적용, 손 떨림 방지 기능도 갖췄다. 애플은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를 `세계최고 카메라 성능의 스마트폰`임을 강조했다.
◇무선 이어폰 `에어팟(AirPods)`도 시선
카메라 기능과 함께 또 하나의 시선을 잡은 것이 `에어팟`이었다. 이는 애플이 스마트폰 제조 업체로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수십년 지속한 `선(線)` 개념에서 탈피, 헤드폰 잭을 없애고 무선(와이어리스)으로 가는 첫 시도로 주목 받았다.
`에어팟`은 논란이 된 3.5㎜ 헤드폰 잭 제거에 따른 것으로, 라이트닝과 무선을 오디오 커넥트 기술로 대체하겠다는 의지다. 아이폰에 50㎝ 정도 접근하면 별도의 페어링 없이 바로 아이폰에 연결된다. 양쪽 귀에 하나씩 거는 방식으로 블루투스와 유사하지만 전력 소모가 더 적은 자체 개발 `W1` 무선칩과 관련 기술을 적용했다. 한 번 충전으로 5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사용 시간이 다소 적은 게 흠이다. 충전 케이스에 넣고 다니면 24시간 충전할 수 있다. 애플은 `에어팟`을 별도로 160달러 정도에 판매할 예정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에서 “에어팟이 오디오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역설했다.
◇구원투수 역할 할 수 있을까
새 아이폰은 예상대로 주목할 만한 기능 향상이 여럿 있었지만 혁신 디자인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장과 미국 언론은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애플에 새 아이폰이 구원투수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일부 언론은 “새 아이폰이 식은 인기를 되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소 싸늘한 진단을 내놓았다.
판매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플 제품에 정통한 KGI 증권 애널리스트 궈밍츠는 “새 아이폰 출하가 연말까지 6000만~6500만대에 그칠 것”이라면서 “지난해 나온 전작(아이폰6s)의 8200만대에 훨씬 못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8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시장 최대 경쟁자인 삼성의 갤럭시노트7이 최근 배터리 문제로 글로벌 리콜에 들어간 만큼 애플이 얼마나 반사 이익을 볼지 주목된다.
애플은 지난 전반기에 사상 처음으로 2분기 연속 아이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2분기에 세계 시장에서 아이폰을 4040만대 판매했지만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00만대 이상 적은 수치다. 특히 세계 1위 시장 중국과 3위 시장 인도에서 부진했다.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에 밀려 시장 순위가 5위 이하로 밀렸고, 인도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3%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 소비자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시기가 늘어난 것도 애플엔 악재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년 이상이 돼야 아이폰 업그레이드를 한다는 소비자가 절반을 넘었다.
아이폰 판매가 줄면서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들어 6%, 지난 12개월 동안 20% 이상 하락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