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에너지 R&D에도 홍채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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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폰이 전격 출시되면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홍채 인식` 기술이 화제가 됐다. 홍채 인식은 사람 두 눈을 스마트폰에 내장된 2개 카메라로 인식, 고유 코드를 생성함으로써 개인을 인식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사람 눈을 통한 이런 식별은 사람 몸을 활용한 보안 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금융계의 복잡한 보안시스템 패러다임을 순식간에 바꾸고 있다. 새로운 기술 하나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자원 분야에서도 홍채 인식 같은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 최근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에서 바람·태양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시장이 이동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기름으로 가는 자동차에서 전기로 가는 자동차, 증기 터빈을 이용한 전기 생산 방식에서 자연의 힘인 바람·태양을 이용한 전기 생산 등으로의 전환은 에너지 시장 혁신의 신호탄이다.

에너지 부문의 기술 개발은 국가 기간망을 형성하는 중요한 사업으로, 여타 부문에 비해 보수성이 짙다. 에너지 기술은 산업 기술에 비해 열린 경쟁의 장이 아니라 폐쇄된 환경 속에서 정부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전기를 이송하는 송·배전 분야, 전기 판매 분야가 한 기업에서 독점으로 이뤄졌다. 이런 환경은 기술 진입 경쟁을 저해하고 한정된 기업이나 기술과의 유착을 심화시킴으로써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등 연구개발(R&D) 성과의 질 저하를 유도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에너지 기술 출발점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에서 수요자가 거주하는 아파트나 주택 등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소비하는 프로슈머 같은 시장 확대 방식으로 적극 전환시켜야 한다. 이런 수요자 중심 에너지 기술에 대한 핵심은 다양한 니즈(Needs)를 파악, 소통을 기본 가치로 하는 국민 중심의 `정부3.0`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국민과의 적극 소통으로 시장 수요의 다양한 변화 방향을 에너지 기술 개발에 접목시킨다면 더욱 앞서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버스 운행 데이터를 이용한 실시간 버스 운행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기상청 데이터를 이용한 생활 기상 정보 앱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민이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모바일용 앱이 민간 주도로 다양하게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는 수요자에게 도움이 되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정보는 수요자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난해 미국의 작은 스마트폰 디바이스 전문 중소기업 넥스트가 애플의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가정 내 온도 조절 장치 같은 혁신 아이템으로 구글에 32억달러를 받고 인수됐다. 가정 내 가전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홈을 비롯해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을 연계할 수 있는 융합 기술 개발 선점을 위해 국내외 선진 기업들은 앞다퉈 달려가고 있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화두로 제시된 제4차 산업혁명 물결이 시장과 경제 흐름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중심에는 `인간 중심의 기술 혁신`이 있다. 인간과 기술, 기술과 기술 간의 새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방과 소통`이 중요하다. 현재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약육강식 경제 환경 속에서 개방을 통해 기술을 선도하고, 표준화를 통해 동맹하면서 살아남고 있다. 보수성 강한 에너지 부문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에너지 기술 개발 분야에서도 수요자인 고객이 원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귀 기울여 소통하고, 홍채 인식 같은 혁신 아이콘이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

황진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jtwhang@ke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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