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2-人](27) 박재형 인하대 부교수

사물 표면에서 난반사한 빛은 각막을 통과해 눈 안으로 들어온다. 수정체는 두께를 조절해 망막에 맺히는 상의 초점을 맞춘다. 망막에 닿은 빛이 우리가 눈으로 보는 화면이다.

3D 디스플레이는 화면이 볼록 튀어나오거나 움푹 들어간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영화관에서 보는 3D 영화나 한때 유행했던 3D TV는 특수 안경을 착용한 채로 시청한다.

박재형 인하대 부교수는 “양쪽 눈이 서로 다른 영상을 보게 만들어 입체감을 주는 기본적인 방법”이라면서 “해상도 저하 등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초점·수렴 거리 불일치(accommodation vergence mismatch)가 가장 근본적인 한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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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인하대 부교수.

안경을 이용한 3D 디스플레이 원리는 다음과 같다. 디스플레이는 중첩된 영상을 재생한다. 편광 안경알에서 각기 다르게 필터링된 영상이 눈에 전달된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들어오는 영상이 달라진다. 이를 양안시차(兩眼視差)라고 한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약 6.5㎝ 떨어져 있기에 양안시차가 발생한다. 우리 눈은 양안시차로 사물 간 원근을 판단한다. 양쪽 눈과 관찰 대상을 각각 이은 선이 만나서 이루는 각이 작을수록 사물은 가깝게 보이고, 각이 클수록 사물은 멀게 느껴진다.

다(多)시점 디스플레이는 안경을 쓰지 않고도 양안시차가 발생하게끔 설계된다. 안경알로 필터링할 필요 없이 시점마다 다른 화면을 제공한다.

오돌토돌한 면 위로 인쇄된 명화나 풍경 그림에서 원근이 느껴지는 엽서, 책받침 등에 다시점디스플레이 원리가 이용된다. 표면이 오돌토돌한 이유는 렌티큘러 렌즈(lenticular lens)가 촘촘히 배열됐기 때문이다. 원통형 렌티큘러 렌즈가 빛을 굴절시켜 시점마다 보이는 화면을 달리한다.

박 부교수는 “다시점디스플레이, 안경을 이용한 3D 디스플레이에서는 수정체 두께 조절로 원근을 인식하는 초점 거리(accommodation distance)와 양안시차로 형성된 수렴 거리(vergence distance) 차가 발생한다”면서 “장시간 3D 화면을 시청한 후 느끼는 피로감과 어지러움은 초점·수렴 거리 불일치 때문”이라고 했다.

라이트 필드(light field) 디스플레이와 홀로그램은 빛 정보를 높여 영상을 저장·재생하는 방법이다. 박 부교수는 “기존에 3D를 시도한 디스플레이는 사람이 입체감을 느끼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면서 “라이트필드 디스플레이, 홀로그램은 3차원 사물이 내는 빛을 모사해 망막에 실제로 상을 맺게 하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라이트 필드 디스플레이는 빛을 광선의 집합으로 본다. 사물이 발산하는 빛 정보가 광선으로 표현된다. 같은 위치에서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띄는 광선이 물체를 입체적으로 느끼게 한다. 홀로그램은 간섭, 회절 등 빛의 파동성을 이용한다. 빛으로 만들어진 파동의 위상과 진폭 정보를 기록·재현한다.

라이트필드 디스플레이, 홀로그램에는 막대한 자원이 요구된다. 박 부교수는 “가로, 세로 10㎝ 크기 정사각형 홀로그램 화면을 60도 시야각으로 구현하려면 수백K×수백K 해상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보편적으로 상용화한 TV 화질은 UHD(4K×2K)다.

사물이 내는 빛정보는 거리가 인접할수록 상관 관계가 높다. 이를 이용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광선을 재생하는 기술이 연구된다. 백라이트유닛(BLU) 앞에 LCD 패널 2개를 적층한 탠서(tensor) 디스플레이가 그 예다. BLU에서 나온 광선이 앞 패널과 뒷 패널을 모두 통과하며 픽셀 조합을 형성한다.

박 부교수는 “라이트필드 디스플레이나 홀로그램 지향점은 사람이 피로감 없이 3D 영상을 보게 하는 것”이라면서 “자동차 앞유리 도로상황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영상 간 초점 차이에 따른 피로감 해소, 3차원 내비게이션 구현 등 향후 적용 분야가 다양하다”고 했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