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34> 스토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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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영관. 영화가 스크린에 흐르고 있다. 어린아이가 농구공을 튕기며 즐거워한다. 중년 남성이 수비 흉내를 낸다. 아이는 남자 곁을 지나 공을 던진다. 농구공은 림을 맞고 안으로 들어간다. “난 프로선수가 될 거예요.” 남자가 자리에 멈추고 머뭇거린다. “글쎄, 어쩌면 넌 나만큼 하게 될지 몰라. 그런데 난 별로 잘하지 못했어. 그러니 너도 결국 나와 비슷하게 될 거야. 그게 법칙이지.” 남자는 화난 듯 말을 돌린다. “넌 많은 걸 잘해야 돼. 하루 종일 이것 갖고 놀 생각은 잊어.” 아이는 실망한 듯 공을 비닐봉지에 넣는다. 아빠는 물끄러미 실망한 아들을 쳐다본다. 자책하며 말한다. “누구라도 네게 `넌 할 수 없어`라고 말할 수 없어. 그게 나라도 말이야. 꿈이 있다면 그걸 지켜야 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네게 너도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할 거야. 나처럼. 원하는 게 있다면 반드시 쟁취하렴, 반드시.”

영화관에는 잔잔한 한숨이 흐른다.

같은 시간. 상영관 뒤편 가려진 곳에선 몇 사람이 모여 스크린 대신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방청객들의 뇌파가 표시되고 있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그것은 모니터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발레를 보는 것처럼.

연구자들이 옥시토신이라는 신경화학 물질을 발견한다. `안전하다`는 감정의 신호 물질이었다. 누군가를 신뢰하거나 친절함을 느끼면 생성된다. 옥시토신 시스템을 조작해 보기로 했다. 여러 영화를 보여 준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스토리에 반응했다. 뇌에서 옥시토신이 활성화될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협력하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것은 감정 이입과 공감을 가능하게 했다. 바로 우리가 인간관계의 핵심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국방성에서 연구비를 지원 받았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옥시토신 분비에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돕거나 협력하게 하는지 알고자 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런 스토리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관심을 사로잡아야 한다. 스토리에 긴장감이 필요하고, 주인공과 공감해야 한다. 그런 스토리는 놀랍게도 영화가 끝난 후에도 청중이 주인공의 행동, 감정, 생각을 흉내 냈다.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은 아파트에서 쫓겨나 매일 밤을 대합실과 공중화장실에서 지새우지만 아들에게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마”라고 되뇌는 한 아버지를 그렸다. 우리는 `행복을 찾아서`가 크리스 가드너란 실존 인물 이야기임에 더 감동을 받았다. 어쩌면 다음날 누군가를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만들었으리라 싶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 속 한 아버지처럼.

이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 줄까. 기업 경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의 폴 잭 교수는 `당신은 왜 좋은 이야기에 빠져드는가`라는 기고문에서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관심(attention)은 극도로 제한된 자원이란 점을 먼저 이해하라. 관심을 두는 것은 인간 감정을 획득하는 것이 어렵고,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캐릭터가 중심(character-driven)`인 감동 스토리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청중이 좀 더 잘 이해하고 더 오래 기억하게 한다. 효과를 원한다면 틀에 박힌 전달 방식은 버려라. 셋째 당신이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면 눈을 뗄 수 없는 한 사람에게 주목, 이야기하라.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항상 생각하라. 왜 고객은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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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좋은 스토리는 고객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에도 효과가 있다. 직원들은 `어떻게 많이 팔까`보다 `어떻게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더 많은 동기를 부여받았다. 직원들은 업무상 임무(transactional)를 넘어 현실 초연(transcendent) 목적에서 더 큰 의미를 찾았다.

“경영의 센터피스는 설득이 아닐까요. 정말 그렇다면 파워포인트나 통계는 잊어도 될지 모릅니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면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이 시대 최고의 스토리 구루라는 로버트 맥기나 데이터 분석가인 밥 필빈까지 동의하는 것이 하나 있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합니다. 데이터는 우리에게 무엇이란 걸 알려 주지만 사람에게는 왜가 더 중요하거든요.”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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