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사드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 `한한령(한류 콘텐츠 제재 명령)` 이슈가 한국과 중국 관련 산업을 뒤흔들었다. 소문은 과장을 낳고 과장은 두려움으로 이어지며 사실과 괴담이 뒤죽박죽되는 혼란이 이어졌다.
내가 확인한 팩트는 `공식적으로는 어떠한 제재도 없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 업계에서는 알아서 필터링을 하고 있다` 정도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사안에 따라…`라는 대목이다. 가령 영화계에서는 `한중 합작영화 초기 기획 개발 및 검토`는 현재 대부분 보류됐다. 광고 쪽은 제품 론칭 행사나 대규모 프로모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던 한류 연예인 초청이 대부분 중단됐다. 이들에게 한한령은 현실이자 직접적 피해로 인식된다.
반면에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 `보보경심`은 회당 45만달러라는 역대 최고가로 중국에 판매돼 한중 동시 방영 중이다. 초반 조회 수도 잘 나올 만큼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조만간 회당 50만달러 이상 계약도 나올 전망이다.
두 가지 상반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사안에 따라 업계에서는 알아서 필터링하고 혹은 한한령 따위는 없다는 듯이 제대로 진행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중국 이해당사자가 돈벌이가 될 것으로 확신한 프로젝트는 차질 없이 진행한다. 확신이 없는 초기 프로젝트나 과시욕과 거품이 들어가는 대외 행사는 취소한다.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상한가를 치던 주가가 일종의 조정기를 맞이한 국면이다. 따라서 현재 사드배치와 중국 한한령은 업계 종사자 이해관계와 심리상태에서 오는 문제지 우리가 두려워하는 중국 정부 지시는 아니다. 정부 명령이었다면 모든 것이 다 중단돼야 하는데 사안에 따라 잘 진행되는 것도 있지 않은가.
도리어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한중 합작프로젝트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발을 빼거나 혹은 잠시 멈추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한국 쪽에서 사드배치로 한중 합작프로젝트가 걱정된다고 관망하는 셈이다. 중국 측에서는 “그럴 일이 없는데 이제 와서 멈추면 어떻게 할 건가”라며 펄쩍 뛴다.
`출처 없는 중국의 SNS 조작〃한국 몇몇 미디어에서 해당 SNS를 근거로 기사화〃관련 주가 폭락〃논의 중인 투자나 제휴 중단`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악순환이다.
놀랍지만 흥미롭다. 대중심리란 정말 존재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만든 함정에 스스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마치 폭락하는 주식시장 장세처럼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기대를 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이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지난 3년 반 동안 양국이 이룩한 수준 높은 관계발전을 높게 평가했다. 내년 25주년을 맞아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한중 FTA를 활용한 산업 협력 단지, 투자협력 단지 조성 등 실질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으니 화해무드가 조성될 분위기를 갖췄다.
희망 섞인 관점이지만 중국 콘텐츠 업계에서는 양국 정상회담이 `화해하고 싶은데 등 떠밀어 주는 명분`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에서 한류 인기는 여전하다. 사드배치 등 정치 이슈와 무관하게 중국 2040세대는 한국과 한류에 대단히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일희일비하지 말자. 조급해 하지 말자. 투자 혹은 합작이 진행됐다면 그들(중국인) 관점에서 `돈이 되는 프로젝트`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잘 진행하다가 중단 또는 보류됐다면 사드와 무관하게 초반 예상과 달리 돈이 되지 않는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뒤집은 것이다.
G20 전후로 논의를 재개하자고 중국에서 연락 왔는데 조건을 조정하자고 한다면 이 기회에 협상 주도권을 가져 오려는 것이다. 거기에 현혹되면 안 된다.
김두일 퍼틸레인 고문, 게임 칼럼니스트, dooil.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