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산업 활성화`와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프레임이 맞섰다. 정부가 60일간의 검토 기간을 거쳤으나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구글에 한국지도 데이터 제공이 뭐기에 국론까지 분열시키는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반대 논리가 군색하다. 구글이 요구하는 5000분의 1 정밀지도를 공개한다고 안보 위협이 더 커질까. 이미 이보다 정교한 위성지도가 군사항공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 않은가.
구글의 논리는 산업 활성화다. 산업이 활성화되면 구글이 최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애당초 산업 논리에 산업 논리로 반박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2012년 애플이 아이폰에 구글 지도를 퇴출시킨 이유를 곱씹어 보자. 애플은 왜 잘 만들어진 구글 지도를 내팽개쳤을까. 엉성한 애플 지도 때문에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지만 왜 타협하지 않았을까. 애플도 구글에 종속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산업 지형이 바뀌었다. PC 시대에 이용자의 관문은 검색 포털이었다. 네이버, 다음을 인터넷 접속 초기화면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이동성이 담보되는 모바일 시대엔 다르다. 현재 접속한 곳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원한다. 가까운 맛집이나 은행을 검색하거나 현재 내가 있는 곳을 기반으로 택시도 부르고 대리운전 기사도 부른다. 모빌리티 시대엔 지도를 바탕으로 한 위치기반 서비스가 새로운 관문이 된다. 구글이 노리는 지점도 여기다. 네이버와 다음을 밀어내고 모바일시대 관문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생태계를 섭력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정부가 지도 반출 여부를 결정하기 이전에 면밀히 살펴봐야 할 점이다.
지도보다 심각한 유출 문제도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이 썰물처럼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이다. 중국은 이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사실상 한국을 따돌렸다. 한국보다 먼저 투자한 10세대, 11세대 LCD라인이 가동되는 내년에는 세계 최강국에 올라선다. 불과 몇 년 만에 벌어진 역전극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국으로 자리를 옮긴 한국 기술자들이 원동력이 됐다. 최근엔 `문 나이트 기술자`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지도보다 더 중요한 전략 산업이다. 한국이 정보통신(ICT) 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앞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력 덕분이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기술이 담보돼야 실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력 유출 문제는 지도 유출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나 사회가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중국으로 유출되는 인력은 대부분 은퇴 전문가라는 점이다. 아직 일하고 싶지만 한국에서는 취업이 여의치 않다는 게 공통점이다. 우리 사회의 정년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빚어진 딜레마다.
정부도 여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청년 실업 대책처럼 은퇴 전문가가 재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중소기업에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하니 흑자로 전환했다는 미담이 넘친다. 인력 자원을 잘 배분하는 것도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미래 산업 전략만큼 우수 자원을 눈뜨고 뺏기지 않을 `유출 특별 대책`이 시급하다.
장지영 성장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