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유경제 확산의 첫 시험대인 `공유민박`이 도입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법 통과가 불투명하고 지방자치단체 반응도 차갑다. 이미 연내 도입은 물 건너갔고 내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대를 모았던 `한국판 에어비앤비` 탄생도 무한정 미뤄지는 모습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규제프리존특별법(이하 특별법) 통과가 늦어지며 공유민박 연내 도입이 불가능해졌다. 9월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돼도 공포 후 6개월 후인 내년 3월부터 효력을 갖는다. 그나마 9월 국회 통과도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공유민박은 정부가 공유경제를 처음으로 제도권에 도입하는 사업이다. 전체 바닥면적 230㎡(70평) 미만 집이나 일부 방을 연간 180일까지 숙박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연초 공유민박 도입 계획을 밝혔고 19대 국회에서 여당이 허용 근거를 담아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은 공유민박 허용 등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담았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특별법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20대 국회 개원 후 5월 여당이 다시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특별법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별법 처리에 적극적인 정부·여당과 달리 야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관련 상임위원회만 10개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별법이 통과돼도 공유민박을 도입할 지자체는 부산시밖에 없다. 정부는 강원, 제주, 부산에 공유민박이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강원, 제주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각 지자체가 기획재정부에 규제프리존 세부계획을 제출했는데 강원과 제주는 공유민박을 제외했다. 제주는 이미 포화된 숙박 시장, 강원은 기존 사업자와 갈등을 우려해 공유민박 도입을 꺼리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별법이 통과된다면 지자체로부터 계획을 다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민박 `첫 단추`가 꿰어지지 않아 전국 확산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강원, 제주, 부산 사업을 바탕으로 공유민박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유민박이 확산되면 한국판 에어비앤비가 탄생하는 등 신산업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 `먼 이야기`가 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 규제프리존 사업을 반영하지 못했다. 대신 예비비(용도를 결정하지 않고 잡아놓은 예산)로 편성,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지역전략산업에 내년부터 3년 동안 총 3조1000억원(국비 1조7000억원, 지방비 1조원, 민자 4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