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20개월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401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이후 계속된 마이너스 행진에서 벗어났다. 장장 19개월 이어진 수출 감소는 우리나라 무역 역사상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 될 듯하다. 직전 최장 수출 감소 기록이 13개월(2001년 3월~2002년 3월)이었음을 감안하면 최근 수출절벽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수출이 반전에 성공한 배경은 수출단가 상승과 주력 제품 선전이 꼽힌다. 지난달 수출물량은 3.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단가는 6.1% 상승했다. 올 1분기 수출단가가 14%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회복세다. 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이 올 들어 최대 수출을 기록하고, 8개 주력 품목 수출이 증가하는 등 우리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한 덕도 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요 업체 파업 여파로 6년 6개월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한 자동차만 제대로 뒷받침했다면 수출 증가율이 5%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산업부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19개월 동안 백약을 동원해도 꿈쩍도 않던 수출 감소세가 반전에 성공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신호다. 하지만 작년 같은 기간 수출이 15.2%나 급감했던 기저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산업부가 8월 턴어라운드를 어느 정도 자신했던 배경도 `그보다 나쁠 수는 없다`는 기대가 숨어있었다.
이제 수출 회복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대책 마련이 숙제로 남았다. 상황은 만만치 않다. 미국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불안정성, 자동차 파업 지속 여부 등이 관건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추경예산으로 확보된 무역보험 지원과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이제 우리 수출 농사도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天水沓)`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출 체질과 산업구조를 개편해 물길을 내고, 품종을 개량해야 한다. 유가 하락과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정치도 탓하지 말자. 그건 직무유기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