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를 포함해 중국, 라오스 3개국 순방 중이다. 일주일간의 순방 기간동안 4강국 미·중·일·러와 연쇄 정상회담도 가진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위한 설득을 포함해 북핵 압박 외교를 펼친다. 세일즈 외교는 기본이다.
이미 첫 방문지였던 러시아에서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2000억원의 경제성과를 이뤘다. 양국 정상회담 계기로 24건의 양해각서(MOU)를 교환, 우리나라 기업들이 극동지역에 진출할 수 있는 각종 발판이 마련됐다.
분명 의미있는 외교·경제 성과를 냈는데도 예년 같지 않은 느낌이다. 우리나라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지난 이란 순방 때는 부풀리기 의혹에 휩쌓여 평가절하됐다. `링거투혼`까지 해가며 나름 성공적인 외치(外治)를 하고 있는데도 칭찬에 인색한 데는 이유가 있다.
내치(內治) 성적이 뒷받쳐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 배치와 관련해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을 `포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에 이해를 구하러 갔다. 박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전날 정세균 국회 의장은 정기국회 개회사서 사드 배치 결정에서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다 국회 파행을 빚었다. 현 국정 실정이 적나라게 드러났다.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은 박 대통령의 내치를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지지율은 곤두박칠 치고 있고 여야는 우 수석의 사퇴를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바깥에서 일어나는 순방 효과에 귀 기울일 국민은 많지 않다. 임기말 해외 순방은 약이 되기 보다는 국정을 챙기지 않고 외유만 일삼는다는 핀잔을 듣기 쉬운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후반기 남은 국정과제를 입법화하고 내치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선 국회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국민 대표로 뽑은 국회의원들과 손발을 맞춰야 한다. `마이웨이`식 정공법은 여소야대 정국에선 한계가 있다.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 나갈 때마다 철저하게 현지 나라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무기`를 만들어 나간다. 그래서 통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를 해외 협력 대상국처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외치 성과를 내치에서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으리라 본다.
얼마 전 이관섭 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30년 공직 생활을 정리하면서 “권력은 여의도에 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답은 여기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