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분야 지식이 많을수록 `틀린 기억`을 할 가능성도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일수록 속거나 잘못된 지식을 갖기도 쉽다는 의미다.
시애러 그린 아일랜드 더블린국립대(UCD)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영국심리학회(BPS) 산하 인식심리학회 연례총회에 발표했다. BPS는 이 연구 결과를 “많이 알수록 속이기도 쉽다”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연구팀은 489명을 대상을 기억 실험을 실시했다. 우선 실험 대상자에게 축구, 정치, 비즈니스, 기술, 영화, 과학, 대중음악 7개 분야 중 가장 관심이 많거나 없는 주제를 물었다. 최고 관심 부야와 무관심 분야에 각각 4건 뉴스를 보여줬다. 4건 중 1건은 꾸며낸 이야기로 채웠다.
실험 대상자 기억 정확도를 측정했다. 관심 분야 내용을 틀리게 기억한 사람은 25%로 나타났다. 반면에 무관심 분야 내용을 틀리게 기억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관심이 높은 분야에서 `틀린 기억` 비율이 더 높았던 셈이다.
관심도가 아닌 지식의 양을 기준으로 실험해도 비슷한 결과였다. 앞선 실험에서 특정 분야의 정확한 기억과 지식을 갖춘 집단을 따로 분류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반복 실험을 실시해도 `거짓 기억`에 빠질 확률이 무관심 집단보다 두 배가량 높게 나왔다.
이번 연구는 인간 기억의 불완전성을 보여준다. 새 정보를 접했을 때 `익숙함`을 느끼는 감각이 관여해 틀린 기억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편견과 잘못된 기억이 트라우마를 강화하는 경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상을 더 부정적으로 기억하는 경향을 밝히기 위해 이번 실험을 실시했다.
시애러 그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문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지식 데이터베이스가 새로운 기억을 받아들일 때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성향으로 인한 잘못된 목격자 증언,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편견 등에 대항하는 일종의 면역주사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