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피케미칼 중국 자본 품으로… SK하이닉스, 구매 비중 줄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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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피케미칼 경기도 평택 소재 본사와 공장(유피케미칼 홈페이지 캡춰)

SK하이닉스에 핵심 반도체 재료를 공급해 온 유피케미칼이 중국에 팔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유피케미칼 최대 주주인 우리르네상스홀딩스유한회사는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중국 야커테크놀로지, 화타이증권 컨소시엄과 주식매매 계약을 맺었다.

우리르네상스홀딩스가 보유한 유피케미칼 지분 65.12%와 창업자 신현국 박사 지분 31.16%를 합친 96.28%(66만8241주)의 주식이 중국으로 넘어간다. 거래가는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가 이번 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실사를 마친 중국 자본은 고객사 관계보다 기술 취득에 비중을 두고 거래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피케미칼은 SK하이닉스 매출 비중이 80%에 이른다. 핵심 매출원은 고유전(하이-K) 특성을 띤 원자층증착(ALD)용 지르코늄(Zr)계 화합물 프리커서다. D램 생산 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로 꼽힌다.

D램 최소 단위인 셀 하나하나에는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가 얹어진다. 커패시터에 저장된 전하는 데이터로 인지된다. 생산 공정 미세화에 따른 커패시터 전류 누설 현상은 업계의 골칫거리였다. 해결 방법은 유전율이 높은 하이-K 물질을 ALD로 커패시터에 증착, 전하를 가둬 전류 누설을 막는 것이었다. 유피케미칼이 공급하는 Zr계 화합물 프리커서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유피케미칼은 중요한 공급사였다. 신규 공정을 도입할 때면 매번 유피케미칼과 공동 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협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유피케미칼 재료 조달 비중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솔브레인, 메카로 등 유피케미칼을 대체할 `대안 공급사`를 마련했다. 단기로 볼 때는 두 업체가 하이-K 재료 공급 분야에서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솔브레인의 경우 SK하이닉스에 공급할 요량으로 차세대 ALD용 프리커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로 보면 SK머티리얼즈가 수혜주다. 지난해 SK그룹으로 편입된 SK머티리얼즈는 일본 트리케미컬과 합작법인 SK트리켐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세종시 명학산업단지에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SK트리켐은 내년 초부터 Zr계 프리커서를 양산, SK하이닉스로 공급한다.

한 관계자는 “업계가 이번 딜에 우려를 나타낸 것은 기술 유출과 고용 불안 때문”이라면서 “중국 자본이 기술만 취득하고 회사에서 손을 떼면 과거 BOE-하이디스 건과 같은 기술 먹튀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피케미칼 최대 주주인 우리르네상스홀딩스는 우리프라이빗에쿼티, 웅진캐피탈, 대우증권이 합작 설립한 법인이다. 2008년에 유피케미칼 지분 70%를 1900억원에 인수했으며, 유상감자 방식으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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