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돈을 빌려 다음날 바로 갚는 익일물에 편중된 현 단기자금시장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시장 발전을 제약했던 요인들을 대거 해소하고 시장 참여자들을 기일물 RP로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관련 규제도 대대적인 정비에 돌입했다. 하루짜리 익일물에 편중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가 증가하면서 위기 시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만기가 좀 더 긴 기일물 RP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한국증권금융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단기금융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관계기관 합동 테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단기금융시장 중심이 과거 무담보거래(콜)에서 담보거래(RP)로 이동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익일물에 편중돼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RP 시장 활용도가 떨어지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단기금융시장은 지난 2011년 68조원에서 2015년 88조원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RP 거래에서 익일물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편중현상이 과도한 상황이다. 하루짜리 상품에 대한 거래만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에서 대응력이 떨어져 금융기관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게 당국 판단이다.
우선 금융위는 기일물 RP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익일물 차입비중이 높은 증권사에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강화할 방침이다. 기일물 RP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RP를 팔 때 담보로 제공하는 채권을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했다. 또 일임 계약이나 연기금·공공기관 등 그동안 참여 가능 여부가 불분명했던 기관도 RP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하고 특히 장내 RP시장에는 자산운용사나 보험사 등 자금운용자들을 매매전문회원으로 참여를 허용한다. 수수료 체계도 기일물 RP 거래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하기로 했다.
인위적으로라도 시장조성 기능을 강화한다. 기획재정부(PD)와 한국은행(OMO) 대상기관 평가·선정기준에 기일물 RP 거래실적을 확대 반영키로 했다. 또 증권금융에 대해서는 기일물 RP 거래 실적에 비례해 한시적으로 콜 시장에서의 자금 차입과 운용을 허용한다. 기일물 RP 매도 실적에 비례해 콜 운용을 하게 해주고 매수 실적에 비례해서 콜 차입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단기금융시장 속성에 부합하는 일관성 있는 규율이 없었던 만큼 단기금융시장에 관한 법률 제정도 추진키로 했다. 거래정보 등에 대한 공시와 보고체계를 마련하고 금리산출 과정의 투명성도 강화한다.
한편 익일물 중심의 차입이 큰 증권사에 대해서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해 리스크를 점검하고 PD, OMO 대상 증권사의 콜시장 1일 차입 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정은보 부위원장은 “단기금융시장의 규율체계 미흡은 2011년부터 단기금융시장 개편을 추진해오면서 가장 아쉽다고 몸소 느꼈던 부분”이라며 “이번 방안이 밑거름이 돼 우리 단기금융시장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콜, RP)일평균 거래액, (CD, CP, 전단채)평잔, ABCP〃AB 전단채제외
<단기금융시장 규모 변동 추이 (자료-금융위원회)>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