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33> 비용 다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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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우림. 테레지니아 로샤는 강물을 거슬러 직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탐험가가 아닙니다. 미지 종족을 찾는 인류학자는 더욱도 아닙니다. 그녀의 고객은 외딴 정글에 사는 여성들입니다. 전화나 전기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곳에서는 돈 대신 사금을 받거나 물물교환을 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한때 600만명에 이르던 `에이번 레이디`라 불리는 화장품 외판원의 한 사람이다.

안드레아 정은 130년 역사의 이 에이번에서 6년 동안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있었다. 갑자기 성장이 멈춘다. 2분기 연속된 손실. “어느 금요일 밤 9시였어요. 친구이자 유명 컨설턴트인 램 차란이 사무실로 찾아왔어요.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안드레아, 지금 모두가 당신을 좋아해요. 하지만 앞으로 90일 동안 뭔가를 보여 주지 않으면 당신을 해고하려 할 거예요.” 그날 차란이 그녀에게 한 말은 “오늘 자신을 해고하고 내일 다른 모습의 자신을 채용하라(Fire yourself, hire yourself)”는 것이었다. 얼마 후 그녀는 관리직 30%를 감원하고, 마케팅 프로그램을 바꾸고, 자신이 세운 투자 계획을 철회한다.

경영 지표가 나빠지면 대부분의 CEO는 어느 정도 무자비하거나 자리에 걸맞은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정답일까.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리타 맥그레이스 교수는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고 답한다. “그 결정이 기업의 문화나 경쟁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행해진다면 재앙이 될 겁니다.”

상식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어디선가 비용을 줄여야 한다. 원치 않는 변화도 필요하다. 임금을 줄이고 수당이나 혜택도 낮춘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겉보기만 같다고 해서 항상 같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차이점은 당신 조직이 어떤 점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알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왜 고객들이 당신을 찾고, 거래를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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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맥그레이스 교수는 몇 가지 예를 든다. 로버트 나델리는 2000년 12월 홈디포 CEO가 된다. 잭 웰치의 후계자 자리를 제프리 이멜트에게 빼앗긴 뒤였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익숙하던 식스 시그마를 홈디포에 적용한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뒤따른다. 이 과정에서 경험이 많은 고참 직원들이 시간제 직원으로 대체된다. 문제는 그가 생각한 것처럼 홈디포가 단순히 조립용 건자재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었다는 데 있었다. 정작 고객들은 화단을 꾸미고, 창고를 만들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데 무엇을 얼마나 구입해야 하는지 그들에게 묻고 있었다. 나델리는 무엇이 그토록 홈디포를 직접 만들기 좋아하는 DIY족이나 소규모 건축업자들에게 매력을 끄는 곳으로 만들었는지 알지 못했다.

맥그레이스 교수는 안드레아 정이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은 에이번이 어떤 기업인지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성공은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을 찾도록 돕는데 있습니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지기 30년 전에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했다고 자부하는 기업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었다.

`도약의 요건(The Leap Factor)` 저자인 모리스 유잉은 비용 다루기에서 세 가지를 따져 보라고 한다.

첫째 실행하기 전에 비전을 제시하라. 둘째 계획을 구체화해서 실천하라. 셋째 성공 사례를 활용하고 문화를 만들어라. 맥그레이스 교수의 제안도 비슷하다. 어떤 것이 가치 있으며, 서비스를 완성하는 것인지 파악하라. 홈디포가 해고한 고참들은 대부분 초보자인 DIY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조언자였다. 비용 줄이기가 항상 효과 높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최고 유능한 직원을 해고하기도 하고, 기초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했다. 남은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지기 일쑤였다.

이들 두 저자의 지적이 무엇이든 그것은 비용 줄이기가 기업의 미션, 문화, 핵심가치와 정렬되게 하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유잉은 이것을 `제대로 된 비용 줄이기`라고 부른다.

2012년 앨런 워첼은 서킷 시티를 창업한 아버지 새뮤얼 워첼에 관해 짧은 글을 쓴다. “아버지는 1960년 가게를 처음 연 후 경영이란 `다른 사람의 노력을 통해 성과를 얻는 것`이라고 말해 왔어요. 사람 다루기에 두 가지 이론이 있다고 했습니다. X이론은 직원을 포부나 자기 통제가 없고 대체 가능한 경제 단위로 취급합니다. Y이론은 그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자기 통제하며, 정답을 찾아가며, 궁극으로 자신이 속한 회사의 목적에 부합하려 한다고 봅니다. Y이론은 아버지의 핵심 믿음이었습니다.“ 서킷시티는 3400명의 경험이 가장 많은 매장 직원들을 해고한 지 2년 만인 2009년 3월 모든 매장을 닫는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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