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고문(평생교육원장)은 국내 정보통신(IT)업계에서 손꼽히는 교육 전문가다. 대학에서 전기공학과 교육학을 전공했던 김 고문은 대학원에서는 교육학으로 석사, 인지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고문은 “전기공학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 말씀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교재만 보고 공부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며 “보다 효율적 교습방법이 없을까 교육학에 관심을 가졌는데, 결과적으로 학습자가 잘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잘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하던 학생은 잘 배우는 방법에서 길을 찾은 것이다.
김 고문은 이후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HCI)를 연구하면서 인터넷기업에 HCI 분야를 적용하는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 야후코리아, 예스24, 맥그로힐에듀케이션코리아 대표를 지내고,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회장과 한국HCI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영어학습을 돕는 책을 내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남다른 관심이 모아졌다. 일반적으로 영어를 잘 한다는 강사나 교육전문가가 쓴 책과는 다를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문재승씨와 공저한 새 책은 `EAT는 먹다가 아니다`라는 독특한 제목으로 눈길을 끈다.
“우리말의 `먹는다`만 해도 맥락에 따라 다양한 뜻을 가집니다. 대표적으로 음식을 먹는다, 나이를 먹는다, 충격을 먹는다, 친구를 먹는다, 바지를 먹는다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말의 먹는다라는 뜻은 육체나 정신이 나의 영역에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address`라는 단어는 `주소` `연설하다` `(골프를 칠 때) 공을 칠 자세를 취하다`라는 뜻이 모두 있다.
하지만 처음에 `주소`라고만 외웠던 이가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될 때마다 사전을 찾고 다시 또 다른 뜻을 무작정 외우는 과정은 학습의욕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새 책은 다양한 뜻을 가진 영어단어의 의미들 간 관계를 인지과학 이론을 활용한 `의미나무`로 설명하고 있다. 전치사와 자주 사용하는 동사와 동사구에 대한 연구는 연세대 영문과 이기동 교수가 조명한 바 있다. 김 고문은 좀 더 실용적 방법을 제안하고 싶었다.
김 고문은 “영어단어의 다양한 의미의 파생과정을 이해하면 다른 의미로 써야할 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어휘도 풍부해지고 원어민과의 대화에서도 의도나 속뜻을 파악하기 더 쉬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 고문은 여전히 더 나은 교육을 꿈꾼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핵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이 교육혁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더 빨리 쉽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인간 개개인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될 것이라 예측이다. 학습의 속도가 아니라 학습의 목표와 진로가 중심이 되는 교육이다. 국내 최대 에듀테크 커뮤니티인 TEF(Transformational Education Forum)를 운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 `메이커`를 키우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김 고문이 내다본 미래 교육의 비전이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