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산업 특허 장벽이 무너졌다는 진단이다.
월스트리저널은 최근 미 특허법원이 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혁신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특허 무효를 잇따라 판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대형 바이오기업들은 관련 특허 보호가 매우 어려워졌고, 스타트업 등 후발주자들은 `특허소송 공포`에서 벗어나는 등 특허장벽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 특허법원에 대한 혁신기업과 특허업계는 불만이 가득하다. 고도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 기존 사법 틀을 무리하게 적용해 기술혁신 원천인 특허 제도의 근본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 전문 기업 시쿼넘(Sequenom) 판결이 대표적이다.
미연방 항소법원은 지난해 시쿼넘이 태아의 질환을 사전 조사하는 기술 관련 특허를 무효 판결했다. 시쿼넘 기술은 산모 혈액에 태아 DNA가 남아있는 것을 이용해 다운증후군 등 태아 질병 여부를 판단한다. 시쿼넘은 관련 특허를 확보했고, 경쟁사가 관련 기술을 무단사용하자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시쿼넘 특허가 널리 알려진 DNA 테스트 기술이기 때문에 특허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기존 기술을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몇달 뒤 같은 법원에서 열린 `세포 냉각기술`을 둘러싼 특허무효 판결은 달랐다. 이번에는 “냉각기술이 널리 알려졌다 하더라도 적용하는 방법(반복 냉각)이 다르면 신기술로 인정된다”며 특허 유효를 판결했다. 유사 사안에 대해 판결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첨단 기술 특허를 두고 엇갈린 판결이 이어지자 개선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 법원은 내부에 기술 전문가가 전무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SW △인공지능 △나노기술 △바이오 등 전문 인력을 특허 심사위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미 의회 역시 매우 복잡한 기술 특허에 대해서 특별 전담 법원 등 제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법원 판결이 엇갈리는 동안 미 바이오산업에서는 특허를 둘러싼 희비가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대형 바이오 기업들은 특허 논란이 정리되기 전까지 관련 특허를 지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지출이 불가피하고,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은 소송 공포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만났다고 평가했다.
특허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 바이오산업은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89억달러(9조9000억원)가 투자됐다. 2009년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미 바이오업계는 이 같은 호황도 특허 이슈가 해결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허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 제거와 일관적이고 합리적인 특허 소송 시스템 구축이 최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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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욱 IP노믹스 기자 wo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