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투자업계는 다양성이 더 필요하다

Photo Image
김명희 기자

지난해 신규 벤처 투자가 2조원을 넘겼다. 올해 상반기에는 벤처 투자 신규 결성액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벤처투자 업계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반가운 변화가 일고 있다. 벤처 투자를 취재하면서 여성 투자심사역 인력 양성이 미미하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기사가 서비스된 이후 포털 댓글에는 `여기자라서…`라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여성 투자심사역 증가는 여성과 남성 간 성 대결 문제가 아니다. 여성만이 아니라 배경이 다양한 투자심사역의 증가는 벤처투자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과거 반도체, 전자 등 정보통신(IT)·제조업 투자가 활황인 때에는 기술이나 재무 전문가 평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유통·서비스 산업의 발달로 벤처·스타트업 창업과 성장 양상도 달라졌다. 뷰티, 패션, e커머스 등 과거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의 서비스 벤처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성을 알아보고 평가할 수 있는 남다른 안목과 경험이 필요하다.

최근 730억원의 해외 투자를 유치한 미미박스는 뷰티 스타트업이다. 올해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바일 기술과 뷰티 트렌드 변화를 미리 읽은 데에서 나왔다. 유니레버가 10억달러에 인수한 스타트업은 면도기 판매 업체다.

Photo Image
미미박스를 이용하는 여성 고객들의 모습. 미미박스는 온라인 서비스에서 시작해 오프라인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얼마 전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한 남성 사업가의 사례를 들었다. 새로운 생리대 상품을 개발한 남성 사업가가 투자 유치를 위해 돌아다녔다. 그러나 남성 투자심사역을 만나면 생리대라는 말만 듣고선 상품 가치를 평가하기도 전에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기자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준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도 남성이다. 그는 여성 대상 상품과 여성 창업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알아볼 전문가의 시선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우리 벤처 생태계는 생리대 상품의 우수성을 논할 수 있거나 화장품 리뷰를 읽으며 차별성을 찾을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다양성에서 혁신이 시작된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