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스타트업 `위블리`를 운영하는 케이트 로저스(Kate Rogers)는 3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 살았다. 당시 그는 엄청난 주거비와 지옥 같은 출퇴근에 시달렸다. 실리콘밸리 삶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꽤 많은 연봉을 받았음에도 늘 돈에 허덕였다. 로저스는 더 이상 이런 삶을 살지 않는다. 그가 찾은 해법은 `실리콘밸리 탈출`이었다. 현재 그는 애리조나에서 살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등 실리콘밸리 지역에 몰려있는 기술 스타트업이 낮은 집세와 인건비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술 인프라가 잘 마련됐고 스타트업 지원 제도가 좋은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특히 적격지로 떠올랐다고 NYT는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등 이른바 `베이 지역(Bay area)` 기술 인력은 지난해 말 53만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 상승했다. 피닉스 기술 인력은 베이 지역의 5분의 1밖에 안 되지만 같은 기간 상승률은 8%로 더 높았다.
무디스 애널리스트 잭슨 키첸은 “베이 지역 폭발적 성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왔다. 기술 인력들이 무언가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고 밝혔다. 피닉스 매력은 임금과 세금, 에너지 비용이 샌프란시스코보다 25%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 중 집값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싸다.
무디스 자료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주택 중간가격은 81만2000달러(9억1200만원)다. 반면 피닉스 메트로폴리탄 지역 중간가격은 22만1000달러(2억4800만원)로 실리콘밸리의 4분의 1 가격이다.
로저스는 “피닉스로 이주하면서 베이 지역에서 가졌던 고민이 모두 사라졌다”며 “일하면서 아이를 학교에 통학시켜주기도 한다”고 반색했다. 신생 스타트업뿐 아니라 우버 같은 대기업도 최근 피닉스에 제2의 사무실을 열었다. 피닉스 다운타운에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잇달아 들어서면서 클러스터(집적지)가 형성될 조짐도 보인다.
덩달아 피닉스 경기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집값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실업률은 최근 5% 이하로 떨어졌다. 8년 만의 최저치다. NYT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비행기로 90분 거리인 피닉스 이익은 반대로 실리콘밸리의 손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베이 탈출(엑소더스)`에도 불구하고 세계최대 IT지역이라는 실리콘밸리 위상은 쉽게 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지금도 자본 유치를 위해 벤처 투자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실리콘밸리로 몰려든다. 기술 관련 각종 이벤트나 콘퍼런스, 네트워킹도 활발히 진행된다.
인접성과 여건이 좋지만 애리조나주의 보수적 정치성향이 개방적이고 자유를 즐기는 기술 기업인에게 적합지 않다는 점도 피닉스가 제2의 IT 중심지가 되는 데 걸림돌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