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회에서 상표 부정 사용의 여러가지 유형을 이야기했다. 그러면 타인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상표 부정 사용이 나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이른바 `프리라이딩(free-riding)`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표 부정 사용을 `상표권` 중심의 상표법 관점에서 보면 침해가 아닌 사례가 많다. 그렇다고 이들이 법적으로 정당할까.
그렇지는 않다. 법은 일반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경쟁을 자기 힘으로 해야지 남의 것을 가져와 쓰는 것은 누가 봐도 잘못이다. 그러기에 상표 부정 사용에서 `프리라이딩` 요소가 있으면 모두 부정경쟁 행위가 되고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이 따르게 된다.
하지만 예전에는 베끼는 것이 나쁘다는 인식도 적었고 타인이 상표를 침해해도 잘 모르거나 잡을 방법이 없었다. 또 이들을 부정경쟁 법리로 일일이 대처하기에는 시간·비용도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상표를 먼저 등록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줘 손쉽게 타인의 부정행위를 막으려 한 것이다.
요즘은 좀 달라졌다.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다 안다. 게다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누가 무엇을 베꼈는지, 나아가 승소 확률까지 나오는 시대다. 상표권에 의지했던 많은 사건을 부정경쟁 법리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상표권에만 매몰돼 있는 우리의 인식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아주 가까운 과거만 해도 우리는 중국에서 우리 상표 도용에 속수무책이었다. 상표권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본다. 어쩌면 중국이 우리보다 빨리 부정경쟁에 눈을 떴을지도 모른다. 매년 300만건 이상 상표를 출원하는 중국 현실에 비춰, 상표법적으로 상표질서를 잡기란 애초 불가능하므로 실제 사건에 대한 부정경쟁적 접근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동규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