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중국 기업이다. 이들은 해외 유명 기업을 잇달아 인수, `중국 굴기`를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1108억달러(약 123조9000억원)다. 지난해 총 1068억달러를 이미 넘어서는 등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세계에서 이뤄지는 해외 M&A 규모의 26.4%에 이른다.
특히 중국은 최근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투자국으로 올라섰다. 딜로직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세계 IT 분야 해외 M&A에서 45%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은 자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과 자금력을 앞세워 일본, 이탈리아, 독일의 유명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사업과 영토를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메이디는 지난 3월부터 일본 도시바 백색가전 사업 부문, 이탈리아 가전기업 클리베, 독일 산업용 로봇 1위 쿠카의 지분을 잇달아 인수하며 영향력을 높였다. 특히 쿠카 인수는 백색가전에만 치중하던 메이디의 사업 구조 자체를 뒤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디와 함께 중국 양대 가전사로 꼽히는 하이얼도 원천 기술을 노리는 해외 M&A에 적극이다. 하이얼은 올해 초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 부문을 사들였다.
또 러에코(LeEco)는 미국 2위 TV 제조 업체 비지오를 20억달러, 알리바바는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오를 10억달러에 각각 인수하는 등 영토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과거 중국 기업의 인수 대상은 자원이나 원자재 분야 기업이었다. 최근에는 기술력과 브랜드파워가 있는 IT, 제조업, 소비재 기업으로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 호주, 중남미 등 원자재 생산국에서 기술력 중심 기업이 많은 미국 및 유럽계 기업으로 인수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해외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중국 기업의 M&A는 자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오히려 증가했다. 기업은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로 인해 자국에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워지자 돌파구로 해외 기업과 M&A를 선택했다. 또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위안화로 보유하고 있던 자산 가치가 하락하자 해외 기업을 인수, 해외 자산을 취득했다.
보스턴 컨설팅은 중국 기업이 내수시장 위축으로 말미암아 일종의 쿠션 효과를 노리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해외 기업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기업이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외국 기업 인수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선진 기술 확보로 산업고도화를 이루고 해외 영업망 확보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있다. 중국 기업의 주 M&A 대상이 유명 글로벌 기업인 이유다.
중국 자본의 거침없는 M&A로 각국에서 자국 핵심 기업과 기술력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이디가 지난 6월 독일 쿠카를 인수할 때 독일 정계가 나서서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 쿠카를 사 달라고 요청한 것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최근에는 호주, 영국 등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자국 기업 매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19일 호주 연방정부는 뉴사우스웨일스주가 추진한 주요 배전망 사업체 `오스그리드`를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거부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지난달 중국광핵그룹(CGN)과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총 180억파운드(약 25조8000억원)를 공동 투자, 영국 남서부에 원자력 시설을 건설하는 힝클리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