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김주환 한국지식재산전략원 팀장 "가장 스마트한 R&D,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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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컨설팅 업체 부즈앨런앤드해밀턴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서 애플과 구글은 수년간 부동의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애플과 구글의 투자비용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부터 연구개발(R&D) 투자액보다 지식재산(IP)에 들이는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특허분쟁이 심화되며, 소송비용이 증가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특허 매입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2013년 기준 6639개 등록 특허 중 1691개를 매입했다. 통신 업체 노텔(Nortel)의 특허를 45억 달러에, 지문인식 업체 오센텍(Authen Tec)과 음성인식 스타트업 시리(Siri) 등을 각각 3억5000만달러와 2억달러에 인수했다.

구글은 모토로라 특허 1만7000여개를 55억 달러(실제 인수금액 125억 달러)에 샀으며, 유튜브 특허는 16억5000만달러에 매입했다. 지난 15년간 특허를 매입해온 기업 수만 180여개에 달한다. 특히 로봇 분야에서는 마치 부품을 사듯 딥마인드(Deepmind), 메카(meka), 레드우드(REDWOOD), 샤프트(Schaft) 등 8개 기업을 인수했다. 빠른 시간 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로봇을 완성한 배경이다.

◇ `특허` 사고 `시간` 버는 애플과 구글

애플과 구글이 특허를 매입하는 이유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제품순환주기(PLC)가 점점 짧아지는 상황에서, 미래시장에 돈이 될 만한 제품을 알면 핵심 기술은 특허만 사오면 된다. 비싼 가격에 핵심 기술을 사오더라도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남기면 특허를 구매할 가치가 있다.

애플과 구글은 캐시카우로 벌어들인 돈으로 기술을 매입해 미래 스타 제품에 투자, 단기간에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른바 돈이 돈을 버는 상황이다. 이는 `사고 리더십`(thought leadership)을 가진 퍼스트무버(first mover)라야 가능한 전략이다.

그러나 우리 중소·중견기업은 자금력이 충분치 않아 특허(기술)를 매입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선행 특허를 잘 살펴보면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 기술 풍요의 시대, 선행 특허 검색이 필수

전세계는 이미 기술혁신과 발전의 가속으로 풍요의 시대를 맞이했다. 실제로 바이오와 정보통신(ICT) 기술을 제외한 기계, 화학, 물리, 전기전자 등 대부분 기술은 포화상태에 근접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이 흘러 넘쳐 타인에게도 이득이 발생하는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도 빈번하다.

연구개발을 진행하기 전 이미 완성된 기술을 살펴보는 방법이 필요하다. 특허권이 만료되거나 포기된 것은 무료로 가져오고,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특허는 싼 가격에 매입해 추가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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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특허 활용 대포 사례 / 자료: 한국지식재산전략원

애플도 시장 형성 전 자유실시 기술을 무료로 사용하거나 저가에 특허를 매입한 후 추가 R&D를 통해 단기간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영국 기술자 케인 크레이머(Kane Kramer)의 소멸특허(US 4,667,088)를 무료로 이용해 아이팟을 개발한 것이 대표 사례. 코닝이 1961년 출원한 소멸특허는 애플의 `고릴라 유리`가 됐다. 지난 2005년에는 터치패널 전문기업 핑거웍스를 헐값에 인수한 후 추가 연구개발을 통해 `아이폰` 출시를 크게 앞당겼다.

구글은 기술을 매입한 뒤 시장에 관련 베타버전 무료 서비스를 빠르게 내놓는다. 시장 반응이 좋을 경우에 추가 연구를 진행해 제품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일단 기업이 R&D를 시작하면, 매몰비용(sunk cost)과 투자한 시간 때문에 중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연구개발에 앞서 중복투자를 막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선 특허 검색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또 필요한 기술을 외부에서 무료로 가져오거나 저가에 매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필요하다. 이후에 핵심역량을 투입해 R&D를 진행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IP-R&D`

글로벌 IP-R&D는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제품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종합 전략을 제시한다.

우선 낯선 제품을 집어든 해외 소비자가 첫 대면하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품 `속` 특허뿐 아닌 `겉`에 드러나는 모양새인 브랜드, 디자인을 강화한다. 종합 아이덴티티(Total Identity)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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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 중심의 제품 개발 전략 이해

또 수출 제품에 대한 후발 업체의 `미투`(Me-Too) 전략에 소송을 걸거나 특허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토탈 솔루션(Total Solution)을 마련한다.

결국 우리 기업이 글로벌 특허 `머니게임`에 대응하는 R&D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IP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글로벌 시장에는 `게임이론`이 존재한다. 패배자들의 `치킨게임`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중소·중견기업의 IP-R&D 무장이 시급하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주환 한국지식재산전략원 성장전략팀장 jhkim@kist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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