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텍사스주에서 경찰 피격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을 직접 공격 대상으로 삼은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인해 총기 소지에 대한 미국 사회의 불안감과 공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총기 소지가 허용된 국가 중에서 민간인 총기 소지가 가장 많은 국가다. 국제무기조사기관인 스몰암스서베이(Small Arms Survey)에 따르면 미국인이 보유한 총기는 약 2억7000만정에 이르며 이는 전 세계 민간인 보유 총기의 약 42%에 달하는 수치다. 즉, 세계 인구의 5%도 안 되는 미국인이 세계 전체 민간인 보유 총기의 42%를 보유한 셈이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이다. 미국 수정 헌법 제2조는 `잘 조직된 민병대는 자유국가 안전에 필요하며, 사람들이 무기를 소유하고 소지할 권리가 침해돼선 안 된다`고 공언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8년 5 대 4 의견으로 수정 헌법 제2조가 개인의 무기소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헌법으로 보장되고 오랫동안 지속된 미국인의 총기 소유 역사 때문에 미국의 총기 규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일례로 지난 6월 미국 연방 상원은 총기 규제 관련 발의된 법안 4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규제 수준을 좀 더 낮춰 수전 콜린스 공화당 의원이 새 법안을 다시 발의했지만 이마저도 통과가 불투명하다. 새 법안은 잠재적 테러 위협 인물로 항공기 탑승 금지 명단에 올라있거나 또는 항공기 탑승은 허용되나 공항에서 별도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하는 위험 인물 명단에 있는 미국 시민이나 외국인에게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견이 없을 것 같은 이러한 규제마저도 강력한 저항을 받는 것이 현재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 연방차원에서 총기 규제 법안은 비록 무산됐지만, 캘리포니아주는 무분별한 총기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총기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캘리포니아주가 도입한 법은 탄창 교체가 가능한 모든 반자동 소총을 금지하고 공격형 무기를 판매·구매·이전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는 총기 사고를 낼만 한 위협적인 사람에 대해 일가 친척이 총기 몰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총기 규제법을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반복되는 총기 사건으로 인해 미국 내 총기 규제 목소리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각 진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연방과 대부분의 주에서는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화당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해서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민주당은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편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총기규제는 다시 한번 미국 정치권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일어난 잇따른 총기사고는 IT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은 내달 출시되는 새 운용체계(OS)에 권총 이모티콘을 삭제하고 밝은 녹색 물총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올해 개최된 유니코드 협회에서 총기와 관련된 이모티콘을 제외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총기규제 논의가 슈팅게임산업에 영향을 미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법무법인 세종 백대용·권솔 변호사